[전남순천만] 일렁이는 갈대의 순정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4시 44분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전남 대대동 포구.
갈대로 둘러싸인 갯벌 여기저기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는 낚싯배들만 아니었다면 수로(水路)로 착각하기 쉽다.
요즘 이곳은 새벽 일찍 물이 빠져 밤늦게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외지인들은 물이 가득찬 포구풍경을 보기 어렵다.
이곳의 명물은 시꺼먼 갯벌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갈대숲. 파도치는 노란 은빛 물결따라 겨울정취가 한껏 출렁거린다.
수십만평 공간에 온통 어른키만한 갈대로 뒤덮였다. 멀리서 보면 추수를 앞둔 논을 연상시킨다.
체감온도 20도를 밑도는 혹한속에도 갈대를 감상하러온 관광객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인다.
순천의 갈대는 이곳과 방조제에 이어져 있는 인근의 우명지역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 우명 역시 지평선이 보일정도로 드넓은 대지위에 갈대숲이 빽빽이 드러차 있어 영화촬영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우명 갈대는 대대포구 것 보다 키가 커 운치가 있다. 갈대숲에 몸을 숨기고 자녀들 또는 연인과 숨바꼭질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갈대감상이 끝났으면 순천만의 명물인 낙조를 감상해보자.
이지역에는 순천만 해안을 따라 와온리 와온포구, 화포리 화포포구 등이 낙조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대대동 갈대숲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떨어진 와온포구는 저녁마다 낙조를 감상하려는 자동차 행렬이 줄을 잇는다.
물이 빠쪄 100여m가까이 길게 드러난 갯벌 여기저기에 비스듬히 놓여있는 고깃배들의 모습도 낭만적이다. 최근 몰아친 강추위는 포구 언저리를 꽁꽁 얼려놓아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낙조는 오후 6시40분을 전후해 절정을 이룬다. 아직 밝은 빛을 잃지 않던 태양이 포구 건너 산능선 가까이 접근하자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주위에 층층이 쌓여있는 운해들도 붉게 물들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낼즈음, 태양은 어느새 산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느리던 이전과 달리 육지와 맞닿은 태양은 눈에 띄게 하강 속도가 빨라졌다.
태양의 아래부분이 조금 모습을 감추는가 싶더니 불과 10여초 사이에 주변에 붉은 기운만 잔뜩 남겨놓은채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이내 어둠이 남아있던 붉은 기운마저 걷어냈다.
교통:부산, 광주 방면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서순천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대대동이나 와온리 방향으로 가면된다.
대대포구는 에서 자동차로 15분거리로 가깝고, 와온포구에는 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구례 화엄사, 화개장터가 50여분 거리에 있다.
맛집:대대포구의 강변장어구이집(0661-742-4233)의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민물장어에 집에서 담근 간장, 고추장 등 갖은 양념을 버무려 독특한 맛을 냈다. 함께 나오는 10여종류의 반찬 역시 맛깔스럽다.
장어구이 2인분 한접시에 3만원.
이곳의 별미는 장어쓸개로 빚은 쓸개주. 판매는 하지않고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