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9)
기사입력 1997년 01월 27일 15시 26분
사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사육사들이 타고다니는 '패트롤카'이다. 패트롤카의 용도는 다양하다. 사파리안에서 먹이를 주는 것도 패트롤카이고,싸움이 벌어졌을 때 출동하는 것도 바로 패트롤카이다. 패트롤카는 사파리라는 식민지를 다스리는 '총독' 같은 존재인 셈이다.총독은 힘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사파리 전체를 조종한다. 총독이 권위가 있으려면 사자보다 힘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사자들에게 깨닫게 해야 한다.사파리의 출입문은 2중으로 돼 있다. 첫번째 문은 수동으로 감시탑의 사육사가 열도록 돼 있고, 2번째 문은 센서가 있어 자동으로 열린다.한번은 사자 한마리가 아무 생각없이 패트롤카 뒤에 붙어 첫번째 문과 2번째 문 사이의 공간까지 따라나왔다. 만약 감시탑과 패트롤카에 있는 사육사가 모르고 2번째 문까지 열었다면에버랜드는 탈출한 사자로 난리가 날 상황이었다. 마지막 문이 수동으로 열리도록 한것도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꼴이 된 사자를 향해 패트롤카가거친 엔진소리와 함께 칠듯이 밀어붙였다. 피할 곳이 없어 공포에 질려 쩔쩔매다가 사파리쪽 문을 열어주자 꼬리 빠지게 도망친 것은 물론이다.이런 일이 몇번 있은 뒤 사자들은 패트롤카를 따라다니다가 출입문에 가까이 가면 급정거하는 차처럼 갑자기 멈춰 서게 마련이다.패트롤카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한 사자들은 싸움을 하다가도 패트롤카만 나타나면 심판의 '브레이크' 선언을 들은 권투선수처럼 떨어진다.패트롤카느 사파리의의 권력구조에도 깊이 관여한다. 선진국이 후진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사자가 왕에 올라 장기집권을 하면집중적으로 기를 꺽는다. 사파리를 돌다가 왕사자를 만나면 갑자기 속도를 높여 칠 기세로 달려드는 것이다. 아무리 백수의 왕 사자라해도 도저히 해볼 도리없는'괴물' 앞에서는 혼비백산해거 달아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파리의 왕이라고 꼬리를 바짝 치켜세운 채 목에 침주고 다니다가 부하나 다른 라이벌 앞에서몇번 망신을 당하고 나면 왕권은 땅에 곤두박질하게 된다. 거꾸로 이를 본 다른 사자들이 왕에 대해 도전할 용기를 갖게 돼 사파리는 언제나 긴장감이 감도는 동물공화국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