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와카노 시대 활짝
기사입력 1997년 01월 27일 15시 23분
일본 스모판이 `하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와카노하나(若乃花．25)는 일본인들이 `의 자존심'이라고 부르는 요코즈나(橫綱．천하장사에 해당) 다카노하나(貴乃花. 24)의 친형.
지난 88년 3월 동생과 함께 스모판에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동생의 그늘에 가려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던 그가 지난 26일 끝난 97시즌 개막전 하쓰바쇼(初場所)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스모계의 톱스타로 떠오르게 됐다.
1m80, 126.5㎏으로 선수로는 `보통체격'에 불과한 그는 이번 하쓰바쇼에서 이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스피드와 섬세한 테크닉으로 15전전승을 기록하며 패권을 거머쥐었다.
동생 다카노하나와 사상 최초의 형제대결을 벌여 우승했던 지난 95년 11월의 규슈바쇼(九州場所) 이후 만 13개월만의 `쾌거'이자 93년 5월의 하루바쇼(春場所) 우승을 포함해 3번째의 영광이었다.
특히 그는 우승을 하면서도 어딘지 불안한 인상을 주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 하쓰바쇼에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돼 `챔피언'으로서의 롱런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대회 중계를 맡은 ()의 비디오 분석에 따르면 그는 15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2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의 기술가운데 100가지 이상의 기술을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현재와 같은 기량을 계속 유지해 오는 3월9일부터 시작될 하루바쇼(春場所)에서 다시한번 패권을 차지한다면 현재의 오제키(大關)에서 대망의 요코즈나로 승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될 경우 500년 역사를 갖고 있다는 일본 스모판에 사상 처음으로 `형제 요코즈나'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일본언론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하나가 동생 다카노하나와는 또다른 측면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그의 성실한 생활자세 때문.
선수로서의 기량이나 성적과는 관계없이 복잡한 사생활로 이따금씩 신문기자들의 `추적대상'이 되곤하는 동생과는 달리 하나는 외모가 풍기는 구수한 인상대로 아주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기아빠'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도내 나카노구(中野區) 혼마치(本)에 있는 소속팀 후다고야마(二子山)의 연습장에서 훈련을 마친뒤 휴식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는 훈련장 인근의 집으로 직행하는데 손에는 어김없이 2년전에 얻은 외아들 마사키(將希)에게 줄 선물이 들려 있다고 한다.
생활자세가 이처럼 검소한 만큼 자연히 모아놓은 재산도 많아 지난 95년 5월 동생이 아나운서이자 탤런트인 고노 게이코(河野景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릴 때는 자그만치 5천만엔(약 3억7천만원)의 축의금을 쾌척해 또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