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대표급 거물에 술꾼 많아
기사입력 1997년 01월 27일 15시 17분
프로축구 선수들은 술을 어느 정도 즐길까? 물론 체력 소모가 덜한 선수들에 비하면 음주량과 횟수가 절대적으로 적지만 대략 전체의 절반정도가 정기적으로 술을 마신다. 특기할 만한 점은 축구의 경우 `음주는 성적순'이라는 것. 일화의 K모, 포항의 H모 L모, 대우의 P모, 의 H모, 전북의 J모 선수등 `술꾼'들 대부분이 대표급의 `거물'들이다. 운동선수답게（?） 일부 폭주가들은 앉은 자리에서 보통 소주 2∼3병에 양주 1병 정도가 입가심으로 추가된다. 술에 얽힌 뒷이야기도 많다. 포항 L모 선수. 지난해 허정무 감독（현 전남 감독）이 사령탑이었을 당시 밤새도록 술을 푼뒤 숙소로 돌아와 취중에 허감독 방으로 불쑥 들어가 횡설수설하는 해프닝을 벌여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대우 P모 선수. 지난 95년 겨울, 동창이 훤히 밝을 때까지 술을 들이키다 제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숙소인 호텔로 들어가다 안종복 부단장과 로비에서 마주쳐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구단측의 대응도 가지각색. `술과의 전쟁'을 선포한 부천 이 가장 혹독하다. 일단 음주가 적발되면 사안에 따라 최저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합숙훈련을 하지 않고 집을 오가며 합동훈련을 하는 구단의 특성상 훈련이 있는 날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귀가시간을 체크, 오후 10시 이후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무조건 3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250만원의 가혹한 징계가 내려진다. `엄포형' 구단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 삼성은 `포도대장' 조광래 코치를 앞세워 시즌중 선수들이 금주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걸리기만 하면 무조건 방출'이라는 식의 `협박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구단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주선수는 별로 줄지 않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프로선수라면 자기 몸관리도 프로답게 해야 한다. 구단도 선수들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것보다는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얼마전 한국을 떠난 포항 의 이 말을 한번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