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야구보기] 리콜 무감각 정서
기사입력 1997년 01월 27일 15시 15분
우리처럼 `리콜 제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백성도 없다. 가장 비싼 값으로 외제 승용차를 사놓고 다른나라에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야단 법석을 떨며 수리나 보상을 요구해도 우리는 무감각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수입차가 리콜됐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을 정도다. 국내 상품도 리콜을 잘 하지 않는다. 사소한 하자가 있어도 리콜이 귀찮으니 웬만하면 그냥 쓴다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리콜 무감각 정서'가 통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판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해태가 모두 2억4천만원을 주고 뽑은 오철민은 대만 전지훈련중 무릎 통증을 호소해 귀국 조치됐다. 왼손투수인 오철민의 왼쪽 무릎은 고교시절 다쳤는데 무리한 훈련으로 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계약금 3억원의 신인 투수 장문석도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전지훈련에서 제외됐다. 왼쪽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된 장문석은 수술이 필요한 상태여서 적어도 6개월 이상 그라운드에 못설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과 2억원에 계약한 이대성도 왼쪽 어깨 삼각근에 이상이 생겨 전지훈련 제외는 물론이고 올시즌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다. 삼성으로부터 계약금 2억5천만원을 받은 투수 변대수도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심해 호주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올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훈련을 시작한 지 한달도 채 되기전에 부상을 호소하는 신인선수들은 당연히 리콜대상이다. 그러나 `불량품'을 받아 피해를 본 구단은 있어도 리콜을 한 구단은 단 한곳도 없다. 이른바 `속았다' 시리즈의 선두주자는 다. 작년 시즌 3억8천만원이나 주고 데려온 을 비롯해 1억원짜리 고졸 신인 이경원, 2억3천만원의 등이 의 속내를 긁어 놓은 당사자들이다. 은 입단하자마자 어깨가 아프다고 말한 뒤 줄곧 뒷전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2년간 출전이 어렵다. 또 19세짜리 이경원은 팔꿈치 부상으로 아예 은퇴를 했고 도 부상으로 3경기에만 나와 1승을 올렸다. 결국 3명에게 7억1천만원을 투자해 1승만을 올린 셈이다. 삼성으로부터 1억7천만원을 받은 박태순도 4경기만 던지고 시즌을 마쳤다. 지난 93년 9천만원으로 당시로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은 롯데 김경환은 2년간 허송세월을 하다가 95년에는 1승1패를 했고 작년에는 구단에 3천만원을 부담시키는 수술을 하며 아예 단 한경기에도 나오지 못했다. 1억7천만원을 주고 데려온 왼손투수 김영복도 롯데에서 1천만원이나 들여 수술까지 시켰는데 재활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화 투수 지연규도 어깨부상으로 5년동안 3승3패를 기록했으며 2억3천만원짜리 OB 포수 도 계약금을 받은 뒤 막바로 어깨가 아프다며 훈련을 하지 않아 팀공헌도 0％를 기록하고 있다. 물건이라면 당연히 물러야 했던 선수들이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의 부상 정도를 철저히 숨기고 있고 구단은 확실한 정보도 없이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프로 지망생들에 대한 정보 관리를 통해 아마 시절 기량 파악뿐만 아니라 부상 정도도 철저히 파악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정밀 신체검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 리콜 무감각의 정서에서 탈출하는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