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경] 자폐아 얼굴에 표정생길 때 가장 보람
기사입력 1997년 01월 26일 15시 33분
이름조차 생소한 `뮤직 세러피스트' 하은경씨（36）. 우리말로 번역하면 `음악치료사'. 워낙 희귀직종이다보니 세무서에 과표가 없어 소득신고도 받아주지 않는다. 하씨는 독일 예술치료연구소에서 음악치료 석사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음악치료실을 열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음악치료실을 찾는 이들은 자폐증 아동에서부터 정신질환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환자까지 그 증세와 연령이 다양하다. 서울 역삼동 아파트를 개조해 음악치료실을 연 하씨는 환자들과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정서안정과 호흡이나 맥박조절같은 생리적인 변화를 유도해 치료효과를 높인다. 음악치료에 사용되는 악기는 나무나 가죽같은 천연소재로 만든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를 다시 독특하게 변형시킨 모양으로 대부분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 환자가 연주하는 악기소리를 듣고, 정신적인 문제를 감별해내거나 혼수상태에 빠진 중환자에게 악기소리를 들려 줘 의식회복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피아노과를 나온 하씨가 `음악치료'라는 분야의 존재를 알아내는데만 1년이 소요됐을 만큼 국내에서 이 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에 음악치료실이 설치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실이다. 하씨가 음악치료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로봇같이 변화가 없던 자폐아의 얼굴에서 표정이 생긴 것을 발견했을 때. 증세가 심한 자폐아라도 3∼4회 치료를 받으면 음악에 맞춰 걷거나 텀블링을 하는 등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장애아의 경우 부모들이 7세를 전후해 치료를 포기하는 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때쯤 특수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그러면 아무리 그전까지 치료에 열심이던 부모님들도 자녀를 그냥 `장애아'로 치부해 버리게 되죠." 하씨는 현재 아파트내에 설치한 음악치료실을 옮겨 정원과 모래밭 등 부모와 자폐환자들이 어울려 놀거나 정서적인 안정을 취할 있는 공간에 치료실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