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패션-광고 바람
기사입력 1997년 01월 26일 15시 33분
나치독일이 한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2차대전을 끝으로 소멸됐던 독일 국가사회주의（나치）가 되살아나 국내패션과 광고 등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나치독일 제3제국의 대표적인 문양인 독수리와 갈고리십자가를 모자나 외투, 웃옷 등에 붙이는 게 유행하고 있다. 나치독일패션에 불을 댕긴 것은 `닉스'를 제치고 신세대들 사이에서 최고인 인기 의류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스톰'. 스톰은 2개월전부터 옷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나치독일의 문양이 들어간 배지를 사은품으로 선물해 오고 있는데, 최근들어서 이 사은품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H고 2학년 김윤철군（17·강남구 청담동）은 "배지를 구하기 위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청바지를 한벌 더 구입했다"며 "나치 배지를 붙이지 않은 친구는 아예 소외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광고계에서도 나치독일은 `충격요법'의 하나로 곧잘 사용되고 있다. 얼마전 모 컴퓨터회사 광고에서는 독재자 히틀러처럼 분장한 모델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더니, 최근 모 피혁의류광고에서는 히틀러가 대중앞에서 연설하던 당시의 역사적 자료영상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점차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있는 밀리터리용품 수집에서도 독일군 관련 아이템들은 `전세계 군복중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유독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정작 해외, 특히 당사국인 독일과 나치독일로부터 많은 피해를 당한 유럽에서는 나치독일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는 반면, 21세기를 코앞에 둔 시점의 국내에서 불고 있는 `나치독일 바람'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대해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나치독일 마크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패션에 자극을 주는 액센트로 사용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하지만, 많은 기성세대들은 "다른 것도 많은데 왜 하필 침략의 상징인 나치독일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