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잠 실컷자는 엑스트라가 부러워
기사입력 1997년 01월 26일 14시 23분
인기 연기자들의 하루 생활은 눈코 뜰새없이 마냥 바쁘기만 하다. 그들에게 `지금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 팔구 `잠이나 실컷 자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대답. SBS TV 드라마 `임꺽정'에서 임꺽정의 아내 황운총역을 실감있게 엮어내는가 하면 `꿈의 궁전'에서 프랑스 레스토랑의 캡틴 허미강역으로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의 일정도 결코 다르지 않다. 일요일, 월요일은 `꿈의 궁전'세트 촬영.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철원 산골짜기에서 `임꺽정'촬영. 공식적인 스케줄 외에 시도때도 없이 엮어지는 비공식 촬영으로 쌓이는 피로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일요일 온종일 촬영으로 보낸 . 월요일 스케줄도 만만치 않다.
오전 9시 50분. 탄현스튜디오 스탠바이. 운군일PD가 오늘의 촬영 스케줄을 일러준다. "첫번째 신！ 프랑스 레스토랑 캡틴인 허미강( 분)과 김석환( 분)이 홀에서 일에 전념. 그때 주방에서 일하던 오정미( 분)가 들어서면서 시작！ 단역 연기자(엑스트라)들은 계속 대기. 아시겠죠?" 이렇게 시작된 촬영은 하루 낮을 지나 자정을 넘고 먼동이 트는 다음 날 오전 6시건만 아직도 계획의 중반을 넘은 상태. 지치고 졸리운 두 눈을 치뜬채 밤을 잡아 먹고 있는 . 그런가 하면 스튜디오 빈 공간 틈바구니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엑스트라들.
김원희야 이들보다 조건이 좋아 주어진 개인 분장실 별실에서 문을 꼭꼭 여미고 눈을 붙일 수도 있지만 장면 장면마다 거쳐나가는 자신의 역할 때문에 어림도 없는 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기는 앞 장면과 연결지어야 하는것. 잠깐의 잠이라고 하지만 일단 눈을 붙이고 나면 다음 연기는 아무래도 매끄럽지 않은 법. 연기를 위해서 눈을 부릅 뜨고 녹화를 하다가 죽어도 죽을 일이다. 잠을 자는 엑스트라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들고 있던 볼펜으로 잠을 쫓을새라 대본 한 구석 여백에 낙서를 하는 . `아, 졸려. 아무 곳에서나 잠을 잘 수 있는 엑스트라가 부럽다.' 가 쓴 낙서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엑스트라 한 사람 투덜투덜."젠장. 누구 놀리나? 우리가 자고 싶어 자는 줄 알아? 촬영할 꼭지가 없어 잠을 자는 처지를 알기나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