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리그] 박희상 KAL조종사
기사입력 1997년 01월 25일 15시 17분
`미스터 KAL' 박희상（朴喜相．26．1m90）에겐 요즘 새로운 별명 두개가 붙었다. `무쇠팔'과 `30％'가 그것이다. 대한항공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들이다. 그는 소속팀의 공격과 수비를 도맡아하는 전천후 공격수이다. 97배구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남자팀 간판선수들 가운데 그만큼 팀공헌도가 큰 선수는 없을 것이다. 24일 고려증권과의 경기 기록표를 보자. 그는 4세트에 걸쳐 양팀 통틀어 최다인 78개의 스파이크를 터트렸다. 이 가운데 28개（6득점 22득권）가 적중, 스파이크 성공률 35.90％. 대한항공 선수들이 때린 스파이크가 모두 223개이니 그는 30％가 넘는 공격점유율을 기록한 셈이다. 소속팀의 간판 레프트 공격수임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는 수치이다. 하지만 그의 `30％'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려증권전서 무려 53개의 서브리시브를 맡아 42개를 완벽하게 처리, 성공률 79.25％를 마크했다. 대한항공의 서브리시브가 총 154개, 성공개수가 116개이니 그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련한 고려증권 진준택 감독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대한항공 박희상의 `원맨쇼'를 막기위해 그에게 서브를 집중시켜 녹초를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진준택 감독의 이같은 전략은 적중, 대한항공은 공방끝에 1대3으로 패했다. 삼성화재 신진식 뒤엔 , 현대자동차써비스 뒤엔 하종화 후인정이 있었지만 박희상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같은 레프트 공격수인 （24）은 실수가 잦은 신인이고, 라이트 최천식（33）은 너무 노쇠했다. "제가 아프면 팀에 난리가 납니다. 그래서 살얼음판 걷듯이 몸관리를 하고 있어요." 고려증권과의 경기 직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무쇠팔' 박희상의 뒷모습은 `고개숙인 가장'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