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스킹] 뜨거운 바스켓 열정
기사입력 1997년 01월 24일 15시 52분
"쟤,멀쩡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드네." 23일 오후 용인 수지체육관. 깔끔하게 새 유니폼을 맞춰입은 `수원 삼성 썬더스'와 아직도 옛 명성이 못내 아쉬운 듯 유니폼을 대충 끼어입은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연습경기를 벌였다. 1쿼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동안 `농구대통령'으로 군림하던 기아의 허 재와 삼성의 용병 센터 빈스 킹（27）이 서로 머리를 부딪혔다. 허 재는 왼쪽 눈두덩이가 찢어졌고 빈스는 오른쪽 광대뼈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둘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돼 허 재는 10바늘을, 빈스는 8바늘을 꿰매고 30분여만에 돌아왔다. 벤치에 걸터앉아 부상 부위를 얼음 찜질하던 허 재의 반쯤 감긴 눈이 휘둥그래졌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빈스는 코트주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시위를 벌였고 4쿼터가 시작되기 전엔 사정 반, 협박 반으로 삼성 최경덕 감독을 회유, 결국 코트에 나섰다. 8분여간 뛴 1쿼터에서 시원스런 원핸드 덩크슛을 포함해 12득점을 올렸던 빈스는 4쿼터에서도 1개의 3점슛을 곁들인채 12득점을 올렸다. 1m93의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엄청난 탄력을 앞세운 그의 높이에 기아 선수들은 속수무책이었고 사이프러스리그서 활약할 당시 3점슛 경연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중－장거리슛도 압권. 빈스의 진가는 단지 코트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다. 쾌활한 웃음과 세련된 매너로 훈련 분위기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숙소에서는 국내농구와 （）를 비디오로 분석한다. 이달 초 득남（得男）해 아버지가 된 빈스는 체력에서도 국내선수를 압도, 4쿼터를 풀타임으로 뛰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는 게 최감독의 평가. 삼성 농구단 이인표 부단장은 얼마전 빈스가 야식을 먹지않는다는 얘기에 화들짝 놀랐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고선 그의 프로의식에 숙연해졌다. "야식이나 간식을 먹으면 아침 컨디션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