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5년 '휴화산 ' 포르투갈서 요동
기사입력 1997년 01월 24일 15시 50분
`귀공자' 김정혁（29．전남）이 마침내 제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늘 기대치를 밑돌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그가 무섭게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며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
질풍같은 외곽돌파, 가공할 파괴력, 거기에다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근성까지 돋보인다.
특히 이곳 포르투갈에 상륙한 이후 그의 움직임은 더욱 가볍고 활발해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사실 김정혁은 누구보다도 먼저 개화기를 맞았어야 할 기대주였다.
대학무대를 휩쓸었던 시절은 물론, 지난 92년 프로에 입문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승천을 의심하는 이는 드물었다.
92년도 신인 드래프트 당시 일화에 1순위로 뽑힌 김정혁이 대우에 지명된 과 2대1로 맞트레이드 됐던 사실만으로도 그의 기량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혁은 이상하리만치 기를 펴지 못했고 그 길로 곧장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작년초 상무에서 전역하고 복귀했으나 여전히 신출귀몰하던 옛날의 재주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대우에서는 그를 포기했고 김정혁은 작년 5월 전남으로 이적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겐 이적이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갑작스런 이적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 됐고 허정무 감독을 만나면서 숨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가 부여받은 임무는 오른쪽 사이드 어태커.
11초대의 준족에다 돌파력이 뛰어나 공격로 개척에는 제격일 것이라는 허감독의 용병술이었다.
결국 김정혁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기 시작했고 마침내 전남의 핵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이제 단점으로 꼽히는 수비력만 조금 더 보완하면 시절의 화려했던 김정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독하게 마음 먹고 뛰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올시즌 프로축구 팬들은 달라진 김정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