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 창의적인 제자 육성하겠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24일 15시 27분
평면에서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아우르며 세계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전수천씨(50).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따내 국내외에서 작품요청을 받고 있는 그가 최근 더욱 바빠졌다. 올3월 개원하는 ` 미술원'의 평면 전공 교수로 후진을 가르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 이후 많은 학생들이 제 작업장을 찾고 수시로 뭔가 물어왔어요. 그때 젊은이들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가 젊은이들에게 애정을 갖는 것은 학창시절, 가난 때문에 국내에서 미술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아련한 가슴앓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알려져있듯 중졸후 생계마련을 위해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치렀고, 월남파병을 자원해 모은 돈으로 도일, 어렵게 무사시노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와코대학에서 예술학과 및 동대학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의지의 사나이.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다 국내활동을 시작한 것도 40세가 넘은 89년부터. 대학교수직은 미련도 없던 그가 미술원 임용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게 된 것은 교육방침이 좋아서란다. "학생과 교수에게 자율성을 주고, 개인의 창의력을 키워주는데 주력하겠다는 교육관이 좋았습니다. `잘 가르치기' 보다 많은 것을 보여줘서 학생 스스로 자극받고, 깨우쳐 제작업을 해나가도록 도와야죠." 그는 한시적 유행이나 상업적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는 스타일. `소라 게'`혹성' 등 `방황'을 큰 주제로, 인간의 역사와 삶의 근원에 대해, 신화와 역사 등을 장대한 스케일로 형상화해왔다. 평면 회화와 토우, 영상과 빛 등을 결합한 비범한 작업들을 보여온 그는, 80년대 평면작업을 주로 했으며, 80년대 후반 이후 평면과 오브제의 결합, 입체작업으로 작품을 확대했고, 90년대 들어서 퍼포먼스, 대형 설치프로젝트를 많이 보여왔다. 여러 장르를 넘나든 까닭에 그의 전공이 `평면'인 것을 모르는 미술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 평면은 작가의 길을 열어준 영원한 고전이자 고향이다. 이런 생각을 대변하듯 그는 올해 평면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바젤아트페어(6월), 가나화랑전시(10월)에서 평면을 출품하고 6∼7월 노르웨이 콩스버그미술관과 오슬로 현대미술관 초대전에서는 설치와 평면을 섞어 출품한다. 요즘 그는 일산 작업장에서 대형벽화 `혹성들의 신화．놀이．비전'(12m×8m)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