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7)
기사입력 1997년 01월 24일 15시 21분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왕 알렉산더는 행동대장 꺽쇠가 찾아온 용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백골파 식구들은 몰라도 꺽쇠만은 빠삐용의 왕위 등극을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꺽쇠를 부추겨 빠삐용을 제거한다면 왕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빠삐용을 없앨 수 있겠나?" 알렉산더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자는 이야기였다. 뚝심만큼이나 술수에 능한 알렉산더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륜을 바탕으로 친위 쿠데타 전략을 짰다. 비록 왕이지만 대부분의 부하들이 빠삐용쪽으로 마음을 돌린 만큼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믿을 만한 병력은 꺽쇠와 칠성 칠복 형제 뿐이다. 방법은 한 가지, 빠삐용이 정사를 즐길 때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것밖에 없었다. 이미 빠삐용의 오른팔 쌍털을 없애려다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실패한 꺽쇠는 지나치게 신중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꺽쇠 자신과 칠성 칠복 셋이 몰려다니다가 빠삐용이 암사자 뒤로 가는 순간 무조건 덮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그러나 꺽쇠의 몰락은 물론 알렉산더의 하야를 재촉하는 함정이었다. 쌍털을 린치하려다가 뚝심이에게 설득당한 칠성이 배반한 것이다. 빠삐용의 등극은 인정하더라도 `차차기' 왕을 노리는 칠성은 친위 쿠데타 계획을 밀고하는 대가로 빠삐용과 뚝심에게 순조로운 권력이양을 약속받았다. 백골파는 물론 털보파의 정신적 지주인 뚝심 앞에서 꺽쇠는 빠삐용과 칠성 칠복에게 1대3으로 몰려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조차 하지 못한 채 철저히 짓밟혔다. 이제 남은 것은 알렉산더의 하야 뿐이었다. 빠삐용은 이제 사파리의 왕이 됐다. 칠성은 빠삐용에 이은 2인자였다. 알렉산더는 친위 쿠데타의 실패로 예전의 밀약을 내세울 처지도 못돼 암사자 한 마리 없는 홀아비 신세가 됐다.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를 맞은 셈이다. 사파리는 백골파의 조직 위에 소수파였던 털보파가 타고 앉은 기형적인 권력구조의 동물 공화국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