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국의 겨울 설경
기사입력 1997년 01월 23일 16시 13분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서 느낀 절대고독을 독특한 조형어법으로 표현해온 전업화가 오치균씨(41).
지난해 10월 10여년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영구귀국한 그가 95년부터 그린 미국 뉴욕과 산타페의 설경으로 11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733_4545).
붓이나 나이프 대신 손에 직접 물감을 묻혀 화폭과 직접 대면하는 핑거 페인팅(Finger Painting) 작가로 유명한 그는 "겨울 설경이라 두터운 질감을 한층 강렬하게 살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특히 많이 써 지문이 희미해진 그는 "성격이 급해서 맨손에 물감을 묻혀 빠른 속도로 그려야 직성이 풀린다"면서 셀수도 없이 수십번 덧바르면서 여러가지 색깔이 혼합돼
두터운 질감이 겹겹이 살아나는 것이 핑거페인팅의 매력이라 덧붙인다.
이방인이자 유색인인 작가의 눈에 비친 뉴욕 뒷길의 어두움, 뼛속 깊이 사무치는 겨울의 추위, 외롭게 서 있는 나무, 빙판길을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자동차….
` 스트리트' `다운타운' `소호' `이스트빌리지' 등 어둡고 한정된 톤으로 표현된 뉴욕 풍경들을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부감법으로 그려져있다.
이에 비해,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사진집으로
국내팬들에게 낯익은 산타페 풍경은 아름다운 환경만큼 비교적 밝은 톤으로 처리돼 있고, 인디언 흙집들은 우리네 토담집같은 토속적 정서를 풍긴다.
작품들은 비교적 매끈한 그림에서부터 물들인 새똥 같기도 하고 진흙놀이를 한듯 두툼하게 발라올린 물감층 등 다양한 질감이 신선하다.
작가는 벌써 고국의 시골풍경을 그리며 다음 전시를 기약하고 있다. 출신으로 81년 도미, 브루클린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80년대 중반부터 국내를 오가며 전시활동을 해왔다. 2년만의 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