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윤현석4단●김석홍2단♣
기사입력 1997년 01월 23일 16시 12분
총보(1∼206)＝이 판도 앞서 소개한 대국과 마찬가지로 연구생 출신의 종반 역전승이다. 요즘 연구생 출신과 대국하는 기사들의 표현, `지옥'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불리한 바둑을 집요하게 따라붙는 그들의 끈질김을 따돌리자면 마치 지옥문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이 빠진다는 표현이다. 한 치의 방심이라도 보이면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찬스에
매우 민감한 바둑들이다. 또한 계산에 매우 밝아 유－불리를 `반집'수준까지 내다보는 그들이다.
형세판단은 바둑에서 승부를 가늠하는 절대 요인인데 그들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어릴 적부터 승부세계를 걸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또한 승부 `끼'가 대단하고 평소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뺨칠 정도로 바둑연구에 열성적이다. 이렇듯 기재와 노력이 합해져 그들의 뻗어가는 가속은 가히 폭발적이라 하겠다. 이제 노력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마련이고 프로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를 그들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수순을 더듬어 보자. 초반 백 16이 최초의 방향착오. 보통의 경우 없는 갈라치기이지만 이 경우엔 111의 곳 다가섬이 좋았다. 역으로 흑 27 벌림이 너무 빛나는 곳이기 때문.
백으로서 이 판은 초－중반 잔 실수가 많았다. 그것이 누적되어 흑이 낙승도 가능했던 한 판. 흑으로선 결정적인 기회가 두번 정도 있었다.
첫째, 흑 87. 이 수로 97의 곳에 지켜두면 집으로선 백이 대항할 수 없었던 국면. 그래놓고 중앙 흑 대마는 87과 `가'를 맞보며 수습해 나간다는 작전. 이랬으면 흑이 편한 국면.
둘째, 흑 153. 결정타를 놓친 완착이었다. `나'로 차단했으면 하변쪽 백 넉점은 탈출할 길이 없었던 것.
결국 그런 기회를 다 놓쳐서는 행운의 여신도 백쪽의 손을 들었다. 흑 193이 최후의 패착. 194의 곳을 선수하고 둘 자리. 206까지 역전이다. 이후 흑백간 승부와는 관계없는 패싸움으로 300수
가까이 가는 수순을 두어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로써 윤 4단은 1차관문을 어렵게 통과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48＝145의 자리. 206수 다음줄임. 백 1집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