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살아살아 내 살들아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54분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푸짐한 사람들'의 하소연은 거짓말같다. 신인투수 김민기（20）에게 살찌우기는 눈물나는 고행. 작년 11월8일 고졸신인으로선 팀내 역대 최고대우（총 3억원）로 입단했지만 김민기의 첫 체력검사 결과는 `체중 미달'의 낙제점이었다. 1m87, 77㎏. 한눈에 보아도 호리호리한 그에게 "최소 8㎏를 찌우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구리 챔피언스클럽에서 생활하는 김민기는 하루 다섯끼를 먹는다. 기름기가 졸졸 흐르는 열량 높고 맛좋은 영양간식은 필수. 식당 아주머니들 역시 그를 만나면 `한 주걱 더, 한 국자 더' 퍼담아 주는 합동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타고난 체질 탓인지 0.5㎏짜리 한 눈금이 버겁다. 의외의 복병까지 만났다. 바로 `6훈1휴' 일정에 하루 4시간을 웃도는 의 엄청난 훈련량. 재활군에 속했는데도 오전 11시반부터 오후 4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으로 땀을 뺀다. 아침에 기껏 한 눈금을 올려 놓아도 저녁에 돌아와 다시 저울위에 서면 이내 `좌향좌'한 바늘을 만나기 일쑤. "야구선수는 먹고 앉아서 찌우지 말고 열심히 근육을 만들어서 속이 꽉차져야 한다"는 코치님 말씀을 깊이 새기지만 올라갔다 내려간 저울 바늘은 못내 야속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김민기는 훈련 시작 두달만에 여차저차 4㎏을 올려놓았다. 재활군 오영일코치도 "근력이 부쩍 좋아졌다"며 슬금슬금 칭찬을 풀어놓는다. 입단동기 임선동（24）은 감량작전으로 고생했었다. `살'이 말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