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윤현석 4단 ●김석흥 2단 ♣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50분
제8보(182∼206)＝흔히 바둑은 마라톤과 비유된다. 한 판의 바둑은 길고 긴 여정이다. 초반의 포석과 정석을 거쳐 중반 전투로 이어지고 종반으로 가면서 피를 말리는 끝내기 국면, 그것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 판의 승리를 낚을 수 있다. 어느 한 부분 등한히해서는 안되지만 특히 종반 이후의 실착은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시간적으로 회복할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약간 뒤처진 백은 종반 피치를 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반면 흑도 백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맞대응 자세. 미세한 거리를 두고 백이 따라붙을 때 앞선 주자가 오히려 부담스럽게 마련이다. 여기서 오버 페이스라도 하는 날이면 그대로 역전인데…. 백 82에 흑 83 맞대응은 당연하다. 이렇게 두지 않으면 좌상 일대에 백 집도 도톰하게 불어나기 때문. 84 이하 피차 최강의 수로 대응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흑 93이 스텝을 잘못 짚은 수. 사실 역전의 요인은 없었다. 문제는 자신. 스스로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는 과오를 범했으니 상대는 승리를 거저 얻게 되는 셈이다. 흑은 93으로 발을 내딛기 전에 X참고도〉 흑 1에 먼저 스텝이 가야했다. 그래놓고 흑 3이 정스텝. 그랬으면 무난히 결승점 테이프를 끊을 수 있었던 것. 백 4에는 흑 5∼9까지 처리한다.
실전은 백 94．96으로 끊기는 바람에 흑 99 처럼 두었다간 백 A, 흑 B, 백 C로 철저히 당한다. 백은 기민하게 104까지 득을 보고 마지막 남은 큰 곳 106에 선점,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윤 4단의 표현으로 이제는 백이 `확실한 반집승'이라고. 이후의 수순은 총보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