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흥! 혼자 놀고있네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48분
술이 `웬수'같은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필자 고향 고을의 술 만드는 집. 양조장（도가라 불렀지）주인은 우리 학교에 피아노랑 운동기구도 사주셨는가 하면 난 그분의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양조장집의 딸은 우유처럼 뽀얀 얼굴의 인형같은 여자였다. 시골학교가 거의 그랬듯 남녀공학인 덕에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랑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행복한 기억도 있다. 이랬으니 나의 술에 대한 인식은 `웬수'와는 거리가 먼 `원수님'같은 거였지. 어제에 이어 그 좋은（?）술이 우리 사람들의 사랑에 공헌한 점을 계속 잇는다. 다섯번째. 술은 `평등성'이 있다. 여: （술을 여러 잔 마시고）우리 진실 게임하자. 남: 좋아！ 우리 첫사랑. 아니 싱거워. 곧 바로 첫경험을 말하기로 하자. 여: 내가 더 짜릿할 걸. 질투하기 없기야. 여섯번째. 술이 가진 `고백성'에 대하여. 남: 사실은 나 임포야. 미안해. 우리 사이가 깨져도 좋아. 여: 괜찮아. 난 불감이야. 잘 됐다. 그치? 일곱번째. 술의 `낭만성'에 대하여. 여: 난 지금 네 개의 달을 보고 있어. 하늘에 떠 있는 진짜 달 하나. 이 술잔에 담긴 달, 호수에 잠긴 달. 내 님인 네 눈에 박힌 또 하나의 달…. 니가 한쪽 눈에 안대만 안했으면 둥그런 달이 다섯이나 됐을텐데…. 남: 아악！ 동그라미 그만 얘기해！ 술값이 이미 공이 네개. 만 단위를 넘겼단 말야. 여덟번째. 술이 지닌 `이해성'. 남: （담배 피우며）술 탓이었어！ 용서해 줄 수 있겠지? 여: 나도 술 때문이었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두 사람만 아는 말이다. 아홉번째. 술이 지닌 `자유성'은 이렇다. 남: （필름이 끊길 정도）우리가 만난 지 5시간 정도 됐지만 5년간 사귄 연인이라 생각하고 오늘밤 만리장성（性）을 쌓자. 여: 만리장성（城）은 2층 탑도 쌓기 힘들어 . 난 너를 만난 지 5초밖에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네가 싫다는 얘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