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교수의전생이야기] 현생으로 이어지는 전생
기사입력 1997년 01월 22일 16시 48분
나는 어느날 괴기한 꿈을 꾸었다. 사람을 토막살인하는 끔찍한 꿈이었다. 다음은 그 꿈의 내용이다.
_비가 오는 날 나는 토막한 시체를 비닐 봉투에 담아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철로 된 커다란 쓰레기 통에 시체를 던지고 난 후 나는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어떤 떡 집에 앉아 있었다. 내 건너 편에는 내가 토막을 낸 시체의 아들이 앉아 있다. 나는 `국민학교 5학년이라며！' 라고 말을 건넸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지금 내 아들과 학년이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내 옆벽에는 내가 죽인 시체의 일부를 태워 축소시킨 조그만 뼈가 붙어 있었다. 그 뼈는 마치 조그만 돌멩이나 사리같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이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어조로, 만일 그가 죽었다면 저것은 틀림없이 그의 뼈일 거라고 말한다. 나는 시체의 뼈는 어둠 속에서 인분때문에 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행여 벽에 붙은 뼈로 어둠이 깃들면서 인분 빛을 발하지 않을까 겁을 먹고 주의했다. 내가 갖고 있는 책에도 내가 죽인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그 아들이 내 책을 넘기다 손으로 어둡게 해서 보려고 했다. 나는 서둘러 그 책을 나꿔챘다. 그렇게 보면 인분 빛이 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기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 사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완전범죄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 사람의 부인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들어오지 않으니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그녀가 와서 뒤지면 무언가를 발견할 것 같았다. 갑자기 초조감이 들었다.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털어 놓고 봐달라고 매달릴까? 당신들만 침묵을 지켜준다면 난 앞으로 잘 할 수 있으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지금까지 내 인생이 아깝지 않느냐고, 어떻게 해서 따낸 의사고 정신과 의사인데, 나를 놔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괴로워 하다가 문득 잠이 깼다. 꿈이다. 절박한 괴로움에서 서서히 벗어나 차츰 기분이 밝아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졌다.
그러나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이 꿈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나에게 어떻게 살기를 요구하는 걸까? 내가 요즘 너무 게을러서 좀 더 부지런하기를 요구하는 걸까? 아니면 요즘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떠올라 스쳐가는 공격적인 본능에 주의할 것을 경고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