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체중 1kg초과에 10만원 벌금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45분
`자율의 대가는 쓰다?' 20일 사직구장 롯데 선수단 라커룸의 샤워실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한 선수는 팬티마저 훌훌 벗어던졌고, 어떤 선수는 숨까지 한껏 들이쉬고 `까치발'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합동훈련 첫날인 이날 감독이 작년 시즌 뒤 선수들에게 최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자 지정한 몸무게를 재는 중이었다. 늦게 팀훈련을 시작하는 만큼 알아서 몸관리를 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목표치에서 1㎏이 넘을때마다 10만원씩의 벌금을 물도록 특별지시 했다. 계체량에 응한 `요주의 선수'는 20명. 며칠전부터 꼬박 굶어 허리가 휜 듯한 선수부터 새벽부터 사우나탕에 눌러앉아 얼굴이 반쪽이 다 된 선수도 있었다. 몸무게를 잰 뒤의 반응도 가지가지. 104㎏에서 6㎏을 줄여야 하는 투수 는 합격점인 98㎏에서 2㎏이 웃돌자 "저울이 고장났다"고 우겼다. 하루전부터 밥 한톨 먹지 않은 포수 은 디지털 저울이 1㎏ 초과한 92㎏을 표시하자 5시간 뒤로 계체량을 미뤘다. 74㎏에서 200g이 넘어선 외야수 김영일은 곽기수트레이너의 "그 정도면 합격" 소리에 "야호"를 연발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외야수 유필선은 훈련 뒤에 재는줄 알고 물을 잔뜩 먹는 바람에 적정 체중에서 100g이 넘어섰다고 통사정. 감량 지시를 받은 롯데 선수들이 뺀 몸무게는 총 53㎏. 윤형배 4명만이 근소한 차이로 불합격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몸매가 한결 날렵해 보였다. "장난이 아니었어." 야구장을 나서는 일부 선수들은 발걸음마저 힘이 없어 보였지만 자율의 의미를 비로소 깨우친 표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