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쌍털-로니 '간통'에 분노한 꺽쇠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40분
코 끝을 간지럽히듯 스쳐 지나가는 발정기 암사자 특유의 내음에 취한 쌍털이는 로니의 고혹적인 눈빛을 보는 순간 몸을 날렸다. 본능대로 살아가는 동물세계에서 젊은 사자가 성욕을 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끓는 욕정에 사로잡힌 쌍털은 로니를 본 순간 조직 사이의 암사자 안배 따위는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오직 암사자가 그리웠을 뿐이다. 로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쌍털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백골파의 늙은 사자들만 상대하던 로니는 다섯살의 한창 젊은 쌍털의 힘에 새로운 세계를 맛본 듯했다. 쌍털과 로니의 `10초 섹스'는 짧지만 격렬했다. 아무리 세찬 파도라도 뭍에 다다르면 모래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쌍털과 로니는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돌아섰다. 욕정을 견디지 못해 로니를 범했던 쌍털은 첫번째 `간통'이 성공적으로 황홀하게 끝나자 틈만 나면 로니를 찾았다. 로니 또한 백골파 조직원의 눈을 피해 바위 뒤나 사파리 으슥한 곳에서 쌍털을 기다렸다. 몇번의 `10초'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들의 은밀한 만남은 백골파 식구들에게 곧 발각됐다. 가장 분개한 것은 행동대장 꺽쇠였다. 쌍털의 거만한 행동에 반감을 품고 있던 꺽쇠는 쌍털이가 계파 간의 가장 첨예한 부분인 암사자 문제마저 규율을 무너뜨리자 참을 수 없다며 일어섰다. 그렇지 않아도 털보파가 집권세력이 되면서 암사자 다섯 마리를 내주는 바람에 백골파 졸개들에게 돌아갈 암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수사자들을 가장 잘 받아주는 로니를 쌍털이 가로챘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꺽쇠는 쌍털의 간통 현장을 잡기 위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꺽쇠는 백골파 행동대원 가운데 가장 믿음직스런 칠성 칠복이 형제를 불러 쌍털이를 조심스럽게 감시하도록 했다.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한창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 습격을 하자는 작전이었다. 물론 꺽쇠 자신과 칠성 칠복이 셋이서 덤비면 아무리 젊은 쌍털이라도 상대할 만했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두목인 알렉산더나 뚝심이가 말리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자칫하면 빠삐용이 끼어들어 오히려 밀릴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꺽쇠의 작전은 쉽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사자의 섹스시간이 길어야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이어서 쌍털이를 멀리 떼어놓고 있다가 정사가 시작되자마자 습격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일을 끝낸 쌍털이가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