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석양의 결투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36분
세 `왕언니'들이 벌이는 `석양의 결투'가 볼만하게 됐다. 70년생 동갑내기인 정유 장윤희（1m70）－홍지연（1m87）과 김남순（1m80）의 자존심 대결이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들은 올해 우리 나이로 28세. 실업 9년차인 배구 슈퍼리그 여자부 최고참들로 모두 `지는 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펄펄 뛰는 열정과 투지는 갓 입단한 신인들을 무색케 한다. 지난 8년간 이들은 가깝고도 먼 `영원한 맞수'였다. 실업입단（88년） 동기인 장윤희와 홍지연이 슈퍼리그 6년연속 우승컵을 안으며 MVP의 영예를 번갈아 누릴 때 김남순은 번번이 `만년 2인자'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정유와 이 벌인 슈퍼리그 챔피언 결정전만 모두 4차례. 부정선수 시비로 몰수게임패당한 95슈퍼리그를 포함, 전부 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김남순은 태릉선수촌에서도 2인자의 설움을 감내해야 했다. 정유 선수들이 주축이 된 국가대표팀. 부동의 라이트 공격수인 김남순은 때론 자신이 설 자리조차 없다는 진한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이 와중에 은퇴선언을 했다가 번복하며 지우기 힘든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한풀이 마당'으로 97슈퍼리그를 택했다. 오기와 눈물에 전 그녀의 강타는 을 9연승, 8게임연속 무실세트로 이끌며 1차대회 우승까지 거머쥐게 했다. 하지만 이젠 다시 원점이다. 이 19일 흥국생명에 일격을 당해 9승1패（2차대회 1승1패）로 정유（10승1패．2차대회 3승）에 1위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한풀이식 배구'（?）는 사라져야 한다는 장윤희－홍지연과 `이번 만은 꼭'을 되뇌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김남순. 입단 동기생이자 동갑인 이들 세사람은 은퇴를 눈앞에 둔 시점까지 비정한 승부를 겨뤄야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