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한현선 어머니] 애타는 모정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36분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얘기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짚신은 잘 팔리지만 나막신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고, 비가 오면 그 반대여서 또 걱정이다. 자식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는 `모정（母情）'을 잘 묘사한 얘기다. 20일 시작된 96∼97농구대잔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 두 딸을 출전시킨 김경순（49）씨의 심정이 꼭 그렇다. 김경순씨는 빅센터 한 현（韓現．26．1m86）과 파워포워드 한현선（韓現善．24．1m78）의 어머니. 남들은 "국내여자농구 왕중왕을 가리는 영예스러운 무대에 두 딸을 내보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김경순씨의 심정은 그렇지 않다. 두 딸중 하나는 반드시 패배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고 그 안쓰러운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경순씨와 아버지 한인수씨（50）, 그리고 막내아들 병연군（22） 등 일가족은 모두 한 현과 한현선의 열렬한 후원자이며 농구광이다. 이들은 한 현의 과 한현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20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벌어진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 차마 가지 못했다. 센터와 파워포워드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두 딸의 처절한 몸싸움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이와 현선이중 하나는 우승의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해도 그렇게 되지 않네요.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괴로워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걸 어떻게 합니까?" "동생 현선이가 초등학교 5학년말에 먼저 농구를 시작했고 두 살위인 현이가 9개월 정도 늦은 중학교 2학년 여름에 농구에 뛰어든뒤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김경순씨는 대사（大事）를 앞두고는 항상 정화수를 떠놓고 `백일기도'로 두 딸의 건강을 빌어왔다. "이왕 맞붙어 싸우게 됐으니 어떻게 합니까? 한번씩 사이좋게 승리를 주고받아 마지막 3차전까지 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두 딸을 `전쟁터'에 내보낸 어머니의 소박한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