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영양보충 백태 (상)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35분
"프로 생활 10년에 몸에 좋다는 것은 안먹어 본 게 없습니다." 최근 은퇴한 축구선수 O모씨（34）의 말처럼 프로축구 선수들은 몸에 좋다면 어떠한 약도 마다하지 않는다. 몸 하나로 먹고 사는 프로 세계에서 `몸＝전재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격렬한 몸싸움이 많은 축구선수로서는 기본적으로 몸이 튼튼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고, 경기 자체가 고단한 만큼 몸이 허（虛）해지기 쉬워 기력을 보충하는 보약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몸관리는 선수 수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목돈으로 보약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영양보충은 천태만상. 매년 여름이면 일주일에 2∼3회씩 보신탕과 삼계탕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뱀 사슴피 녹용 곰쓸개 흑염소 인삼 영지버섯 스쿠알렌 등 몸에 조금이라도 좋다는 것은 빼놓지 않는다. 선수들이 보약을 먹는 횟수는 1년에 평균 4∼5차례. 보통 약이 한달치여서 1년 12개월중 8∼10개월 동안 약을 입에 달고 다니는 셈이다. 보약 먹는 스타일엔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몬도가네형'이 주류지만 식（食）궁합이 맞지 않아 애를 먹는 선수도 꽤 많다. 대표적인 보약 예찬론자는 전국가대표 서효원（30．포항）. 그는 1년 365일 내내 보약을 몸에 달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국가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27．전북）은 사슴 농장을 경영하는 아버지 친구（김진우씨）와 외삼촌（황재기씨）의 덕택으로 귀한 곰쓸개나 뱀 사슴피 녹용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해서 먹는다. 선수 개개인이 먹는 것외에 단체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축구협회가 국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몰래 뱀을 달여 먹인 것은 유명한 비화. 또 지난해 정규리그 챔피언 울산 현대는 챔피언 결정 2차전（3대1 승）을 앞두고 뱀을 고아 먹여 선수들이 막판 뒷심을 발휘, 대역전극을 거두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