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정신나간 프로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29분
`프로는 아름답다'고 한다. 남이 갖지 않은 특별한 능력을 몽땅 쏟아붓는 열정과 함께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멋지기 때문에 만들어진 표현일 것이다. 여기에 능력을 파는 세일즈까지 겸비되어 있다면 `진짜 프로'라는 말을 들을수 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최근 에서는 프로라는 관점에서 볼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톱스타급 선수들의 `연봉 백지위임'이다. 트레이드 자청 소동을 벌인 해태 을 비롯해 현대 정명원과 윤덕규, 한화 , 삼성 와 류중일, 그리고 OB 까지 모두 구단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뜻의 백지위임을 했다. 은 "트레이드 요청이 마치 연봉협상 문제 때문에 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서 구단에 위임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구단의 연봉 책정액이 1억2천500만원이라는 말이 전해지자 "그럴리가 있느냐"며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정명원은 최고대우를 해줄 것을 믿고 백지위임을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단에서 얼마를 줄지 미리 알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윤덕규도 1차면담서 자신이 정한 액수와 별 차이가 없자 백지위임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는 "돈에 연연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것이 이유다. 은퇴와 함께 코치로 변신하는 문제 등 여러가지 미묘한 문제가 있었겠지만 최고참선수로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주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라는 것이 이 권리를 포기한 이유고 홈런왕이었던 은 "연봉협상을 오래끌지 않기 위해서" 란다. 작년 1억500만원을 받았던 은 1차협상서 1천만원 삭감이라는 말이 나오자 "성적도 좋지 않은데 연봉싸움으로 이미지를 흐리지 않기 위해 위임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연봉 백지위임은 프로답지 못한 행위다. 시즌중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의 활약을 공증 받는 엽봉협상을 통해 최고 대우를 받기 위한 총력전을 펴야 한다. 그러나 연봉은 구단에서 정해주는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선수가 없다. 특히 연봉 협상기간은 스토브리그라고 한다. 난로가에서 구단과 선수가 벌이는 연봉협상은 언제나 따끈한 뉴스거리를 내놓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 에는 스토브리그가 없다. 대부분 선수들이 구단의 뜻대로 움직여지고 주요선수들이 백지위임이나 하는 판이니 한겨울에 불을 지피지 않은 온돌방처럼 냉골일수 밖에 없다. 연봉문제로 밀고 당기면 팬들의 관심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없는 겨울시즌에 자신을 홍보하는 효과도 얻을수 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다. 백지위임을 할 경우 당초 삭감액보다 100만∼200만원 정도 올려주는 것이 관례인데 OB 은 당초 구단 제시액보다 300만원을 더 받는 등 비굴한 협상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출수 없다. 연봉 백지위임을 한 선수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프로의식이 백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