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인내천 (1)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8분
（다음은 문수동자가 씌웠다는 한 무속인의 체험이다.） 동자는 계룡산 삼불봉 꼭대기에 도착하자 "언니, 나 신나 죽겠어, 날아갈 것 같아"라며 무척 좋아했다. 그러면서 "하늘 아버지, 엄마, 다 불러 보라"고 했다. 나는 "하늘 아버지, 엄마" 하고 불렀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갑자기 계룡산 산신이 실려 이런 말이 귓전에 들리는 것이었다. "내 제자야, 내 제자야, 불쌍한 내 제자야, 이제사 왔구나. 나를 얼마나 기다렸느냐?" 무슨 뜻인지 몰라 언제 왔느냐는 의미로 이해했다. "지금 왔습니다." "진작 오지 여태껏 뭐했느냐?" "돌아다니다 이제 왔습니다." "내가 너한테 재주도 주고 보물도 주고 다 주마…. 이 열쇠를 다 챙겨 가져 가거라." 그러더니 누런 열쇠 뭉치 한 개를 툭 던져주었는데 갯수가 약 1만개 정도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쇠로 만든 열쇠가 아니라 환각 속에서 본 열쇠다. 열쇠를 던져주는 순간 가슴이 엄청나게 무거워짐을 느꼈다. 동자가 옆에서 속삭였다. "언니, 그것은 문이 안 열린 사람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라는 거야." 1만개가 넘는 열쇠 꾸러미였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모양도 다양했던 것 같다. 열쇠를 얻은 나는 아주 신이 나 소리를 지르면서 삼불봉 밑으로 내려왔다. 갑자기 동자가 나에게 목욕을 하라고 했다. "관세음 보살, 아이고 언니 큰일 났네. 조금 있으면 누구를 만나니까 빨리 내려가서 목욕부터 해."나는 동자가 시키는대로 계곡으로 내려가 보니 물은 꽁꽁 얼어 있었다. "목욕 하라니까. 빨리！" "동자님, 세수 하고 머리만 감을게요." 내가 계곡물에 얼굴과 머리만 적시니까 동자가 확 밀었다. 그 바람에 물에 첨벙 빠졌고 생각보다 물은 차지 않았다.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데 서서히 추워졌다. 내가 달달 떨면서 몸서리를 치니까 동자는 "아이구, 더워 죽겠네. 아이구, 더워 죽겠네"하면서 약을 올렸다. 아무튼 정신이 번쩍 났다. 옷을 갈아입고 올라와 보니 계룡산 여기저기서 산기도를 하던 사람들이 '선왕대신…' 어쩌고 하면서 기원을 시작했다. 마치 여름철 개구리가 개굴개굴하고 우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