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2)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2분
빠삐용을 비롯한 쌍털 등 털보파 조직원들은 사파리에 출근하기 무섭게 쌓인 욕정을 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파리의 동물들은 개장 시간에 맞춰 아파트를 나와 사파리로 출근한다. 네평 남짓한 아파트에는 보통 두 마리씩 입주해있다. 수사자가 많다보니 모두 암사자와 합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육사들은 룸메이트를 정할 때 철저히 힘이 센 수사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물론 사자들은 사파리에 갇혀 지내지만 의 야성이 그대로 남아 밀폐된 방에서는 섹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잠만 자는 셈이다. 그렇지만 작은 공간에 둘만이 있다보면 그밖에 어떤 일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사육사들이 힘의 순서대로 암사자와의 합방을 시키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만약 암사자가 임신을 하더라도 강한 수사자의 씨를 받아야 좋은 2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빠삐용과 쌍털은 당연히 암사자와 한방에 들게 됐다. 용팔이의 쿠데타 음모가 백골파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무산된 뒤 생긴 가장 큰 변화였다. 이제 사파리에서 백골파와 털보파의 연립정권에 도전할 세력은 당분간 없다. 3대 패밀리 가운데 서열 1,2위인 백골파와 털보파가 하나가 됐고, 3위였던 해골파는 보스 용팔이가 쿠데타 실패와 함께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완전히 와해됐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에게 왕위를 빼앗긴 라돌의 아들 이 아버지의 신진파를 물려받아 세력 재건에 힘쓰고 있지만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사파리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는 없었다. 외부 세력의 위협이 없으면 안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진리일 수밖에 없다. 하루 아침에 한지붕 두가족이 된 백골파와 털보파의 틈에 마찰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집권세력의 권리를 마음껏 향유하던 백골파 조직원들의 반발과 털보파의 과욕이 부딪치기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