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생산농가] 부채 눈덩이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39분
국산마 생산농가들의 부채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한국경주마 생산자협회에 따르면 도내 국산마를 생산하는 총 79개 농가들이 1가구당 연간 최고 1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어 조만간 경주마 생산을 포기하는 가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들이 이처럼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마사회가 경주마 구매비율을 큰 폭으로 낮춘데다 편파적인 등급판정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농가들이 지난해 마사회에 내놓은 망아지는 모두 251마리. 그러나 마사회는 이 가운데 73％인 183마리만 사들였다. 이는 지난 95년 구매비율（88％）에 비해 무려 15％나 떨어진 수치다. 경주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등급판정도 마사회의 독단에 의해 결정돼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생산자협회의 오권실 사무장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된 경주마는 95년도 생산마에 비해 건강상태가 거의 같았음에도 95년에 비해 마리당 650만원씩을 쳐주는 A등급 판정율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 마사회는 95년 합격된 망아지 중 45％에 A등급 판정을 내렸으나 지난해에는 별다른 이유없이 22％인 51마리에게만 A등급을 주고 나머지 78％는 A등급보다 가격이 50만∼100만원 가량 낮은 B, C등급을 매겼다. 이로 인해 지난해 농가가 생산한 경주마는 95년의 마리당 평균 530만원에 비해 28만원이 떨어진 502만원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농가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당연지사. 경주마는 소와 달리 마사회가 사주지 않으면 고기값을 받을 길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구매비율이 떨어지면 말 값이라도 올려줘야 하는데 망아지 값은 지난 95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반면 생산단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한해동안만 사료비가 30％가량 오른 것을 비롯, 인건비, 시설투자비 등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 15년째 말을 키우고 있다는 김명식씨（51· 북군 애월읍 광령1리）는 "지난해 15마리를 내놨으나 마사회가 사간 망아지는 고작 9마리뿐이고 이중 A등급을 받은 말은 한마리도 없다"면서 "이로 인해 지난 1년간 약 8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4년전부터 국산마 생산에 뛰어들었다는 권인택씨（48· 남군 표선면 성읍리）도 "지난 4년간 국산마 생산에만 5억원을 투자해 건진 것이라고는 한 푼도 없으며 지난해만도 9천500만원을 날렸다"며 "더이상 빚을 낼 길도 없어 조만간 경주마 생산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