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축구화 끈 조였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36분
`저격수' 김봉길（金奉吉．31．전남）이 축구화끈을 다부지게 조여맸다.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동계 전훈에서 다시 한번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지며 투지를 불사르고 있는 것. 사실 김봉길은 한국을 떠나던 지난 15일 새벽까지 구단 관계자와 연봉협상을 위한 장외전투를 벌였었다. 비행기안에서 세상모르고 잠에 떨어졌을 정도로 치열했다. 6천600만원에서 7천200만원. 작년에 비해 9％ 인상된 금액으로 여전히 팀내에서는 최고다. 하지만 그로선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깐깐하게 버티며 줄다리기를 했다. 지난해 （27．전 포항）와 더불어 정규리그 32경기에 모두 출전한데다 7골 2어시스트라는 성적도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서 끝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 김봉길의 얼굴에선 미련이나 아쉬움의 그늘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차피 계약을 끝낸 이상 이를 악물고 올시즌에 대비하는 것만이 팀과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 김봉길은 오히려 `노장'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로 프로 9년차다보니 그런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손을 내젓는다. 기필코 해결해야할 과제를 하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명예회복이다. `그라운드의 저격수'라는 골잡이 최고의 애칭에 걸맞은 활약으로 코리안리그에 자신의 족적을 뚜렷이 남기고 싶은 것이다. "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어 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김봉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이 올시즌 그의 맹활약을 예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