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사람앞엔 목숨도 초개같이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17분
"숙제를 열심히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몇점을 주실까 생각하면서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내달 1일 영화 `불새'(김영빈 감독．선익필름 제작)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는 요즘의 자신을 `개학을 앞둔 학생'에 비유했다. 낙천적인 성격의 지만 제대후 첫작품이란 `숙제'에 대한 부담감은 쉽게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는 이번 숙제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게를 잡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표정은 무거워야 했고, 대사의 톤은 낮게 깔려야 했으며 액션엔 강한 무게감이 실려야 했다는 것이 의 설명. 는 특히 "창민이형과 부딪치는 장면에선 사력을 다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와 은 철저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로 나온다. 는 되는대로 살아가는 건달 영후역이고, 은 모자라는 것 없는 재벌 2세 민섭역이다. 둘은 서로를 이용하고 또 서로를 파괴하려 한다. 둘은 현주(김지연)라는 여자를 놓고 대립한다. "창민이형보다 연기경력에서 한참 뒤지지만 작품상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되는 대등한 연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를 악물었습니다.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는 `불새'에서 역시 선배인 ` 누나'와 베드신 연기도 보여준다. 가 관객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베드신이다. "엄밀히 말하면 영화 데뷔작인 `젊은 남자'에서 선배와 베드신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고교생 관람가로 등급을 맞추면서 이 장면이 잘려 나갔죠. 때문에 이번이 사실상 첫 베드신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기술시사회 때 보니까 `예쁘게' 그려져 만족했습니다." 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산만에서 진행됐던 라스트신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촬영'이었다고 말한다. `모래시계'에서 가 혜린()을 위해 각목으로 무수히 얻어맞으며 피투성이가 됐듯이 이 영화의 라스트에선 가 현주(김지연)를 위해 혈투를 벌인다. "24시간 동안 빗속에서 격투신을 촬영했어요. 또 총을 맞는 장면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가슴에 장치해둔 피가 옆에 있던 김지연씨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아 저도 얼마나 놀랐던지…." 가 두 작품에서 `한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비장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에게 계속 `지순한 사랑의 주인공' 역할이 맡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