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화] 조명훈 '해적'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16분

스포츠조선에 `탱크'`냉혈지대'를 잇달아 연재해온 인기만화작가 조명훈씨(42)가 20일부터 새연재만화 `해적'으로 독자를 만난다. 작가가 십수년전 지방 어느 항구도시에서 호텔 전체를 백주대낮에 피로 물들이는 폭력 사건을 접하면서 잉태된 작품이다. "이 시대 도둑의 이야기입니다. 뒤틀릴대로 뒤틀린 한국 현대사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작품입니다. 암흑가 이야기를 빌린 한국 현대사라고나 할까요." 가공할 폭력과 압제, 타락의 시대. 해적마을로 오명이 붙은 어촌 갈머리. 가난한 어부의 아들 임우만은 병든 아비를 대신해 고기잡이 갔다 해상폭력배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죽음의 문턱에 가게 된다. 밤바다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그를 구한 사람은 정여스님. 정여스님에게 세상을 보는 눈과 전통무예의 비법을 전수받은 임우만은 세상 혁파의 뜻을 세우고 의혈 협객들을 모은다. 백민당(白民黨)을 결성해 우두머리가 되고, 목줄을 죄어오는 수탈과 폭력의 오랏줄을 한손에 틀어쥔 채 못돼먹은 세상을 뒤엎을 용기와 의(義)로 맞서 좌충우돌한다는 내용. 임우만과 형제의 의를 맺는 막바우, 어민을 도와 싸우는 뱃놈 출신의 주먹건달 외팔이, 우만을 사랑하는 작부 서옥, 역시 갈머리 출신이나 백이파 괴수 홍백, 비밀요정 마담으로 백이파의 제2인자로 군림하는 도박사 설희영 등이 등장한다. "임우만을 위시한 백민당은 50,60년대 주먹잡이 건달들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약한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폭력'을 내세우는 시대의 희생양입니다." 백민당은 더러운 정치권과 야합한 깡패조직과는 차별화된다는 작가는 이들은 "필요에 의해 무예를 활법으로 익힌 자들"이라 변호한다. 시대배경이 정권에서부터 ,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사인 까닭에 작품속에는 인천 용팔이사건, 삼청교육대, 납치사건 등이 모티브가 된다. 현대 역사를 풍파한 실제 인물을 상징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와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