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태] 대표 탈락되고 연봉도 찬바람
기사입력 1997년 01월 16일 15시 13분
프로축구 부천 의 `간판' 허기태（許起泰．30．DF）가 혹독하리만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9일 차범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국가대표팀 재구성에서 2년만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올시즌 연봉 협상마저 냉기류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천200만원을 받았던 허기태의 요구액은 1억원.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두집 살림'을 해온 고충과 함께 `억대쯤은 되어야 한다'는 팀 최고 연봉자로서의 자존심을 내걸었다. 그러나 구단측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7천800만원. 1억원은 커녕 8천만원까지도 힘들다는 견해다. 그동안 팀 주장으로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노력은 인정되지만 2년 연속 4위（종합성적）에 그친 팀 성적을 감안하면 억대 연봉은 무리라는 얘기다. 게다가 다른 선수들과의 협상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거물급'에 대해선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측의 이같은 방침을 접한 허기태는 한 발 물러나 9천만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15일 구단측에 전달했다. 팀 안팎의 분위기가 목소리를 높일만큼 별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초 허기태는 이번 대표팀 탈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억원 카드를 자신있게 내밀었던 것도 대표팀 재발탁이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지난해 연봉이 5천800만원에서 7천8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던 것도 외유가 많았던 태표팀 덕분이었다. 유난히 추운 겨울나기 속에서 잔뜩 허깨를 움츠려든 허기태는 "이렇게 힘든 포스트 시즌은 없었다"며 긴숨을 몰아 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