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정흥채 (15)
기사입력 1997년 01월 16일 15시 11분
`임꺽정'을 촬영하면서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그의 고통과 한이 뼈 마디마디를 깊숙이 눌러왔기 때문이다. 타이틀롤로 결정된 뒤 나는 책과 자료를 통해 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는 점점 태산처럼 나를 압도해왔다. `과연 내가 이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 내가 그의 한과 고통을 얼마나 표현해 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나를 눌러왔다. 뚝배기처럼 무뚝뚝하지만 정이 넘치고, 참을 줄도 알았고 분노할 줄도 알았던 남자.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에 의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나이. 한마디로 `잃어버린 조선남자의 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풍운아 임꺽정. 어쨌든 이런 태산같은 인물을 연기했다는 것은(지금도 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크나 큰 행운이다. 이 덕분에 연기인생에서 처음으로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 남자신인상을 타는 영광까지 안았으니 더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임꺽정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을 비롯해 내게 조언을 해준 분들이 많다. 어려운 점도 많았고 고생도 했지만 역시 배운게 많고 보람이 있었다. 요즘 팬레터가 많이 오는데 일일이 답장을 못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싶다. 하지만 한통한통 소중하게 읽고 있다. `임꺽정'으로 조금 유명해졌지만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방송은 물론, 연극 영화 등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생각이다.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임꺽정'처럼 드라마를 통해 꿈과 용기를 주는 그런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 ※다음 호부터 하이틴 스타이면서도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김지연의 스타일기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