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대권제의 받고 흥분한 빠삐용
기사입력 1997년 01월 16일 15시 08분
"알렉산더는 이미 늙었다. 왕을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왕은 백골파에서 하지 않고 너에게 넘겨주겠다." 뚝심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차기 왕을 시켜준다'는 제의에 빠삐용은 귀가 번쩍 뜨였다.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기로 한 용팔이와 손을 잡아도 왕이 될 수 있고, 뚝심이의 제의를 받아들여도 왕이 되는 셈이다. 두 손에 떡을 든 빠삐용이 선택할 것은 어느 떡을 먹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용팔이와 손을 잡으면 쿠데타라는 모험을 해야 하지만 알렉산더 밑으로 들어가면 일이 훨씬 쉽다.' 빠삐용이 주저하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본 뚝심이가 한마디를 보탰다. "용팔이를 밑에 두고 네가 얼마나 왕노릇을 할 것 같으냐?" 빠삐용이 처음 용팔이와 쿠데타 모의를 할 때부터 가장 큰 고민이었던 문제였다. 빠삐용의 마음에 비수처럼 파고든 뚝심이의 한마디로 협상은 끝났다. 빠삐용의 생각을 훤히 읽은 뚝심이가 계속해 입을 열었다. "알렉산더가 왕을 하는 동안에도 2인자 자리를 확실하게 약속한다. 백골파 모든 식구들도 너를 부두목으로 섬기며 암사자 13마리가운데 5마리를 양도하겠다." 가장 절실한 문제였던 암사자 부분에 대한 약속까지 받아낸 빠삐용은 흥분했다. "좋소. 용팔이는 내가 맡겠소." 빠삐용은 쿠데타 진압 때 확실하게 공을 세워야 자신의 입지가 강해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힘있게 말했다. 뚝심이가 돌아간 뒤 빠삐용은 뿌듯한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다. 아버지 킹이 빼앗긴 왕위를 드디어 눈 앞에 둔 것이다. 게다가 왕이 되기 전에도 암사자와 마음껏 즐기는 `황태자' 대접을 받게 되니 지난 봄의 쿠데타 실패 등 어려웠던 일들이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 한편으로 2인자 자리를 넘보며 자신을 능멸했던 용팔이에게 복수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힘이 불끈 솟았다. 빠삐용은 자신의 심복인 털보파 행동대장 쌍털이를 불러 상황이 바뀐 것을 설명하고, 용팔이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용팔이가 병원에 실려간 뒤 백골파와 털보파는 새로 출범하는 연립정부를 축하하는 환호를 올렸다. 그러나 이들보다 기뻐한 것은 암사자들이었다. 털보파의 젊은 사자들을 새로운 섹스 파트너로 맞아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