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뚝심이 쿠데타진압 일등공신
기사입력 1997년 01월 15일 17시 12분
사파리에서 3번째 파워를 지닌 신흥조직 해골파의 두목 용팔이를 제거하고 쿠데타를 진압한 것은 털보파빠삐용이었지만, 사실 모든 공로는 백골파 작전참모 뚝심이의 몫이었다. 10살바기 사자 뚝심이는 노령에 접어든 경륜에 걸맞게 지혜가 뛰어났다. 알렉산더가 라돌이가 이끄는 신진파 세력을 뒤엎고 왕에 오른 뒤 장기집권을 한 것도 뚝심이의 보필이 없었다면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뚝심이는 전날 저녁 빠삐용과 용팔이가 은밀하게 만나는 것을 보고 대화 내용을 짐작했다. 1년에 몇번씩 있는 쿠데타를 겪어온 늙은 사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혜안이었다. 그날 밤 뚝심이는 밤잠을 설치며 쿠데타 진압작전을 구상했다. 백골파가 비록 조직원 수가 가장 많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한창 때를 넘겨, 5~7살짜리 젊은 사자들이 뭉친털보파와 해골파를 대적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이들의 연합을 막고 그 가운데 한쪽을 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힘은 세지만 머리가 용팔이보다 나쁜 빠삐용이었다. 더구나 빠삐용은 지난 봄 쿠데타에 실패한 뒤 의기소침해지면서 한창 커오는 용팔이에게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며칠 전 식사시간에 용팔이의 노골적 도전을 피하는 등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어차피 백골파의 단독정권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권력의 일부를 내주더라도 정권을 연장해야 한다면 사기가 극도로떨어진 빠삐용이 입맛에 맞는 파트너였다. 다음날 아침 뚝심이는 모든 사실을 알렉산더에게 보고하고 자신의 정세판단을 설명했다. 암사자에게만 빠져있는 알렉산더는 이미 모든 결정을 뚝심이에게 맡긴 터여서 남은 것은 빠삐용에게 제시할 조건만남은 셈이었다. 뚝심이는 알렉산더와 헤어지자마자 빠삐용을 찾았다. 그때는 이미 빠삐용이 용팔이에게 공격시간을 통보한 뒤였다. 다리를 절며 앞에 나타난 뚝심이를 보자 빠삐용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빠삐용의 놀라는 모습에서 쿠데타 음모를 확신한 뚝심이는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사자답게 밤새 준비한협상카드를 내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