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귀신과 정신병
기사입력 1997년 01월 15일 17시 00분
쓰라리고 고통스러웠지만 반면에
또 다른 심리의 세계를 펼쳐 주었기 때문이다.
`한 영혼의 따사로움이 그 사람을 감싸고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도 해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
줄 것입니다.'
이 글은 입원했을 때 어떤 여자 분이 내 공책에 써준 글이다. 그분은 약에 취해 정신없는 나를 보살펴 주면서 "의대생이라며… 나중에
퇴원하게 되면 날 잘 봐줘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당시 너무도 아름답고 깨끗하게 느껴졌었는데 문학적인 상상력을 빌린다면 선녀같은 아름다움이었다. 퇴원하고 정신을 차린 후
한동안 그분을 찾았지만 다시 만날 길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병동 복도를 하늘 높이 두 손을 위로 모으고 노래 부르면서 걷던 모습이다. 그후 오랫동안 나는 그분이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분을 떠올리곤 했다.
이듬해 나는 에 걸렸던 체험을 바탕으로 `파라노이아'라는 중편소설을 하나 썼다. 그런데 글 속에서 엉뚱하게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다는 누님이다.
소설 속의 상봉장면은 이러하다.
......
(주인공 정훈은 종교 망상에 깊이 빠져 들어가던 어느날 꿈속에서 보았던 여인을 약수터 바위 위에서 만난다.) 정훈은 경이롭게 한동안 그녀를
보다가 실같은 미소를 지어낸다.
"만나고 싶었어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생각했는지 아세요? 먼 기억 속에서 아련히 피어오르는 순백한 여인！ 항상 가까이 있어 잡힐 듯
하면서도 얼굴조차 선명치 않은 사람. 하지만
난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지요.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누구세요? 어떻게 나를 그토록 충만시킬 수 있으세요?" 그녀는 다소 장난기어린
어조로 되묻는다.
"항상 저만 생각했다면서 몰라보세요." 그런 후 그녀는 놀리려는 듯 입을 꼭 다물고 사랑스러운 눈빛만을 발해 정훈을 당황하게 만든다.
"2월 22일 일기를 큰 소리로 읽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