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체인지] 신비, 짜릿, 가상체험
기사입력 1997년 01월 15일 16시 42분
남녀의 몸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몇년 전 국내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던 미국영화 `스위치'를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봤던 호기심, 이걸 소재로 삼아 만든 한국영화가 `체인지'(이진석감독－드림서치제작)다. 제목은 영어지만.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편 영상세계. `체인지'는 번개에 맞아 남녀의 성이 뒤바뀐 두 청춘 남녀의 포복절도할 해프닝을 가벼운 터치로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에서도 주제의식이라거나 메시지 따위의 힘을 준 곳은 없다. 그저 편안하게 눈길을 화면에 고정시켜주기만 하면 된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다소 황당한 이야기의 흐름을 마치 내 이웃의 일인양 따라갈라치면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늦잠 자는 주인공 강대호()를 깨우는 어머니(박원숙)가 대뜸 이불을 들추고 똥침을 가하는 첫장면에서부터 심상찮은 코미디가 감지된다. 간발의 차로 지각한 강대호는 선도부원이자 모범생인 고은비()에게 이름을 적히고, 미친 개라는 별명의 학생주임()에게 호된 기합을 받는다. 영화가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은 학교를 나서던 강대호와 고은비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치는 번개에 맞아 쓰러졌다가 깨어나면서부터. 강대호는 고은비가 되고, 고은비는 강대호로 바뀐다. 강대호의 몸을 가진 고은비는 집에서 쫓겨나고, 고은비의 몸을 가진 강대호는 평소의 덜렁거리던 모습 대신 다소곳한 자세로 부모의 환대를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의 남자들처럼 아랫도리가 불끈 솟아오르는 것에 기겁하는 고은비, 소변을 보기 위해 앉아야 하는 것에 어색해 하는 강대호. 늘 상위권에 머물던 고은비의 시험성적은 5백등으로 곤두박질치고, 강대호는 졸진에 전교 5등을 한다. 또 불량배들을 만났을 때 는 강대호는 무서워 숨고, 고은비가 나서서 단번에 해치운다. 공부대신 기타실력이 뛰어났던 강대호는 기타잡기를 기피하고, 오히려 고은비가 에릭 클랩튼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등의 해프닝이 계속된다. 과 은 나이 어린 배우답지 않게 뒤바뀐 남녀의 표정과 심리 등을 훌륭하게 연기해냈으며, `카메오 파트'(유명스타가 단역 등으로 출연하는 것)도 단단히 한몫했다.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은 물론 유인촌 임현식 박원숙 이근희 권해효 등의 중견급 배우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로 폭소탄을 터뜨린다. 뮤직비디오같은 `귀천도'의 촬영으로 시선을 모았던 신예 김성복 촬영감독도 `체인지'의 색깔을 감지, 스피디한 화면전개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재미있는 영화 만들기에 일조한 공신. 그러나 무엇보다도 방송국 PD들의 영화계 진출러시 속에서 첫번째로 시험대에 오른 이진석 감독이야말로 감각적인 영상구축과 구성으로 영화감독 데뷔에 성공했다.(18일 명보극장) 개그 콤비 과 이 영화 `3인조'(박찬욱 감독－씨네 2000제작)에 특별출연한다. 이 영화에서 과 은 남자주인공인 과 의 대역을 맡게 된다. 극 중 과 이 카페를 털게 되고, 이 경찰서에서 사건 정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형사가 머릿속으로 두 범인을 상상해나갈 때 과 이 등장하는 것.
주연의 `3인조'는 로드무비와 블랙코미디를 합친 장르의 영화로 － 콤비의 가세로 재미를 더해줄 것이란 제작진의 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