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한국양궁의 대부 2선 후퇴
기사입력 1997년 01월 14일 14시 41분
한국양궁은 세계 최강이라는 면모를 과시하며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리잡아 왔다.
김진호를 시작으로 서향순 김수녕 조윤정 김경욱에 이르기까지 금메달리스트들의 얼굴은 바뀌었어도 그 뒤에서 이들을 뒷바라지한 인물은 단 한명, （鄭夢九．회장） 대한양궁협회장이 그다.
14일 열린 대의원총회를 끝으로 그는 양궁협회 명예회장이 됐지만 `한국양궁의 대부'로서 한국스포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정회장이 양궁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5년.
그는 협회장을 떠날때까지 1백여억원을 투자하며 한국양궁을 세계정상에 올려놓았고 또 세계정상을 지키는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장본인이다.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국내 저변확대를 제1의 목표사업으로 추진했고 스포츠과학화를 위해 각종 기자재를 개발하고 도입한 것은 물론, 세계 최초로 양궁연습기를 개발해 한국양궁이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그가 협회를 맡은 이후 한국양궁은 85년 제33회 세계선수권대회서 부터 지난 95년 제38회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세계정상을 지켜왔고 88년 서울,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4연패（連覇）와 단체전 3연패（連覇）를 이루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처럼 드러나는 업적 이외에도 정회장이 양궁인들로 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투자한 액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양궁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
그는 개인사업의 바쁜 와중에도 국제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아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지에 남아 선수들을 격려했고
특히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내리 쬐는 땡볕 아래서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지켜봐 양궁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또 한 인물이 한 단체를 이끌며 이처럼 조용히 오랫동안 맡아온 것도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드문 일.
이밖에 회장은 지난 93년 국제양궁연맹 부회장에 피선돼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96년부터는 아시아연맹회장직까지도 역임하고 있어 세계양궁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남아있다.
정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앞으로 국제관련 주요업무는 직접 관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