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급성신장염 후유증 딛고 눈물의 토스
기사입력 1997년 01월 14일 14시 39분
콩팥에 염증이 생기는 신장염으로 한때 은퇴의 기로에 섰던 선수가 최고 세터가 됐다.
화재의 간판세터 최영준（崔泳俊．31．1m81）.
그는 아직도 아침이 두렵다.
훈련에 지쳐 축 늘어진 눈꺼풀을 비비면서 들렀던 화장실.
그는 그곳에서 변기가 온통 붉은 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던 `악몽'을 기억한다. 최영준의 시련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92년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급성 신장염임을 통보받았다.
신장염은 콩팥（신장）의 염증으로 인해 몸이 붓고 소변에 피가 섞여나오는 병으로 운동선수에겐 `은퇴 통지서'나 다름없는 무서운 질환.
그도 은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2년여의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백구코트를 단 하루도 잊을 수가 없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투병기간 중에도 그는 배구경기장에 들러 재기 의욕을 불태우곤 했다.
이같은 정신력과 꾸준한 치료 덕분에 그는 병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깜짝 재기'를 한 것은 지난 94한국배구 슈퍼리그.
당시 선수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 95슈퍼리그에선 주장까지 맡아 화재를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신영철（．6,479개） 이성희（고려증권．5,889개）에 이어 슈퍼리그 역대 토스성공 순위 3위（4,790개）에 랭크돼 `빅3 세터'의 성가를 높인 그는 이번 97슈퍼리그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14일 현재 1,057개의 토스 중 348개를 퍼펙트로 처리, 32.92％의 정확률로 이 부분 3위를 달리고 있는 것.
최영준은 "지금도 2시간이 넘는 풀세트 접전을 끝내고 나면 왼쪽 콩밭 부위가 뻐근하다. 하지만 팀을 최종결승까지 이끌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