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박사의전생이야기] 내림굿(3)
기사입력 1997년 01월 14일 14시 06분
그래서 나는 소녀에게 일단 신을 가라앉히게끔 유도했다. 약을 권한 것이다. 소녀는 선선히 약을 받아들였으나 수심은 그치지 않았다. 엄마만 무사할 수 있다면, 집안에 풍파만 일지 않는다면 자기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식이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다시 무당을 만나 볼 것을 권했다. 그 무당은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큰 무당으로 그 분을 만나면 무언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꼬드겼다. 언젠가 어느 작가가 신기가 있어 그 무당에게 내림굿까지 받았는 데 그 분이 다음같이 말했다는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공부도 안하고 예술 계통의 일도 없어 신이 내리면 무당의 길 갔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당신은 공부도 많이 하고 글쓰는 있으니 작가의 길을 열심히 가면 그것이 신을 모시는 일이다"라고. 소녀는 역시 당장 만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나중에 그 작가에게, 그 무당에게 부탁을 좀 해달라고 했다. 신을 받지 않고 다른 길로 가게끔 유도해 달라고…. 그러자 그 작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분은 신을 받으라는 말을 잘 안한다면서…. 며칠 후 소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분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분 또한 똑같은 소리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나의 무기력함에 화가 치밀었으나 소녀의 다음과 같은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 분은 소녀에게 무용을 해볼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녀가 신을 받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화가 미친다고 하자 화가 미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고 아버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을 받지 않으면 집안에 평지풍파 가 인다고 하는 데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고 했더니, 집안 풍파는 신을 받으나 안받으나 똑같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굳이 신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예술 계통의 일을 하면 된다고 권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녀에게 다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그러나 그 때 이미 소녀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은 뒤였다. 자기도 이제 신을 운운하는 것에 지쳤다고 하며 육체적으로 힘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수심 속에 전화를 끊었으나 나는 그녀가 점차 현실로 복귀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기를 현혹하고 어지럽히던 귀신, 불운, 업 등의 소굴에서 이미 벗어난 것이다. 지혜로운 큰 무당의 인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