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목통장 인기적립
기사입력 1997년 01월 13일 16시 17분
`처녀 귀신으로 죽을 순 없어！' `알프스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통장도 개성시대. 통장 겉면에 자신의 예금 목적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 이색 통장이 나와 적금 불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동남은행이 지난 10일부터 선보인 `예금 제목을 단 통장'이 만 이틀도 안돼 1천여건 이상 판매되는 등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일 현재 총1천1백73명의 고객들이 신규 통장을 발급받아가거나 기존의 통장을 교체해갔는데 이중 20대가 22％, 30대가 38％로 20∼30대 젊은층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6개월이상 부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통장은 가입자가 계약시 20자 이내에서 제목을 정해 제출하면 통장에 인쇄해주는데 이중엔 위트와 유머가 철철 넘치는 제목들이 속출한다. `소나타 Ⅲ 언젠간 꼭 사고 말거야' `천하 제일의 귀신도 우리집 만득이 컴퓨터 사주는 건 못 막아' `초라한 더블 보다는 화려한 싱글을 믿는다！' `산소 같은 비자금을 위해' 등 제목만 들어도 적금에 대한 의욕이 팡팡 솟는 기발한 통장이 주류를 이루는 것. 김영형씨（35．은행원）는 "노모의 회갑연을 위해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제목의 통장을 발급받았다"며 "천편일률적인 통장이 아닌 나만의 통장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동남은행측에 따르면, 이 통장은 당초 적금식 통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이 은행 부산 본점 고객개발부의 나형국 대리（38）는 "꾸준한 벌이와 인내심을 요구하는 적금의 경우 고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통장이 고객에게 적금을 계속 부어야할 당위성을 은연중에 심어줌으로써 은행의 자금 운용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이 `나만의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통장을 개발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통장 겉면에 예금 목적을 표시하는 이색 통장이 나와 적금 불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