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과학축구 보여준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13일 16시 14분
한국축구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중책을 떠맡은 차범근 감독（44）_.
그의 조련 비책（秘策）은 과연 무엇일까.
멤버 구성당시 선수 전원과 직접 통화한 것이나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전례가 없는 일.
그의 꼼꼼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한 일화다.
그의 지도 스타일도 이와 비슷한 궤적을 긋는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발로 뛰는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지도 스타일은 크게 4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는 `용장（勇將）밑에 약졸（弱卒）없다'는 모토아래 `나를 따르라'는 방식.
지난 94년말 현대 감독에서 하야한 후 재야（在野）에 머문 2년동안 하루도 조깅을 빼놓지 않았다는 그답게 40대 중반의 나이답지 않은 왕성한 체력으로 훈련때는 항상 앞줄에서 선수들을 이끈다.
선수보다 더 일찍 일어나 훈련을 준비하고 늦은 밤까지 연구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두번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 선수들에 관한 자료를 세세히 기록해놓는 것은 기본이고 스케줄, 훈련성과 등을 매일매일 빼곡히 채워넣는다.
컴퓨터 관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치밀함을 자랑한다.
매일 선수 전원에 대해 성적을 매기는데 기준점수를 몇회이상 넘어야만 경기에 출전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운영한다.
특히 개인별 생체리듬을 파악할 수 있는 컨디션 그래프를 작성, 최적의 컨디션에 있는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갑작스레 팀을 맡은 관계로 요즘은 기본 자료를 작성하느라 날밤을 새기가 일쑤다.
세번째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황소고집 스타일.
합리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맺고 끊음이 확실하며 항상 개인보단 조직이 우선임을 주지시킨다.
마지막은 맏형으로서의 자상한 지도 방법.
개인별 면담으로 서로의 벽을 낮추고 훈련중엔 선수들을 수시로 독려, 편안함을 유도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끈다.
`축구만을 위해 산다'는 철학처럼 철두철미함과 분데스리가 10년의 노하우로 무장한 차범근 감독이 과연 어떤 열매를 맺을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