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아이디어] 이동식 호떡장사
기사입력 1997년 01월 13일 14시 25분
신주쿠 코마광장 앞은 유동인구가 엄청난 거리다. 히트하는 영화의 상영관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몰려있고 영화를 안보더라도 이곳 광장에서 약속을 한다. 그런 어느 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나도 괜히 가봤다. 젊은이, 아줌마, 어린애들이 뒤섞여 있어서 무슨 구경거리가 있는가 했다. 그런데 웬걸. 소형 픽업트럭 하나가 `야키다테'를 팔고 있었다. 뒤쪽 짐을 싣는 곳에 지붕을 씌운 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개조한 호떡집이라고나 할까. 스무살 쯤 된 청년 하나가 양쪽 철판에 둥글고 얇게 밀가루를 부치고 있는데 그게 방패모양 같아서 야키다테(구운 방패)라고 하는 듯하다. 난 거기서 30분쯤 서 있다가 세 가지 이유에서 쇼크를 받았다. 우선 손님이 아주 많다는 것. 거짓말 좀 보태면 이 조그만 호떡차가 양쪽 `롯데리아'와 `맥도널드'보다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줄을 서서 어린애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사먹는데 손님엔 남녀노소가 없다. 둘째는 지난번 붕어빵 이야기에서 언급했듯 그 얇은 밀가루 속에 손님이 원하는 내용물을 15가지 이상으로 분류해 넣는다는 점. 바나나 생크림, 초코 생크림, 딸기초코 등등…. 밀가루를 굽고 내용물은 살짝 데운 뒤 그 위에 생크림이나 초코크림을 듬뿍 바른다는 식이다. 세번째 이유는 이 넓은 광장을 마치 자기 식당인 것처럼 이용하는 청년의 장사술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야키다테를 손에 든 채 광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서거나 앉아서 먹고 있었다. 나도 극장 앞에 서서 그걸 먹고 있다는 게 처량해진다. 청년도 이런 점을 간파한 듯 기동력을 갖추고 메뉴를 `야키다테'로 정한 뒤 광장이라는 장사터를 습격했던 것이다. 경찰이 오면 틀림없이 지붕 덮개를 내리고 붕 떠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청년은 그날 두어시간 동안 아주 적게 잡아서 2백개 이상 팔았을텐데 한 개 3백50엔(2천5백원 정도)이었으니 반만 남긴다해도 20만∼3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셈이다. 난 그래서 `야키다테'가 면허증 하나로 사장이 될 수 있는 낮 아르바이트의 최고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짱이 약간 필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