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테니스스타] 사랑밖엔 난 몰라
기사입력 1997년 01월 13일 13시 47분
`사랑을 위해 코트를 떠난 여인'. 요즈음 일본 언론들은 이같은 헤드라인으로 한 여자테니스 선수의 결혼사실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주인공은 `일본이 낳은 희대(稀代)의 테니스스타'로 불리는 다테 기미코(伊達公子．27). 한때 세계랭킹 4위에까지 올랐던 톱클래스의 테니스 스타 다테가 영화배우 나카이 기이치(中井貴一．37)와 웨딩마치를 울린다는 뉴스가 연초를 맞아 분주한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다테는 작년 11월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면서 "계속 뛰고는 싶지만 이제 체력에 자신이 없어서……"라며 옷소매로 눈물을 훔쳐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나카이와의 결혼을 앞당기기 위한 `고단수'의 제스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 다테의 신랑이 될 나카이는 태평양전쟁 이전 일본의 유명한 배우였던 고(故) 사다 게이지(佐田啓二)의 아들로 최근 (일본방송협회)가 방송한 인기역사극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에서 주연을 맡은 유명배우 겸 탤런트. 이들은 지난 1일 함께 기자들 앞에 나타나 "더 이상 남들의 눈을 피해 숨어 만나기가 싫어 오는 9월초 도(都)내 미나토(港)에 있는 `호텔 오쿠라'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결혼시기를 9월초로 잡은 것은 다테가 자신의 만27회 생일이 들어 있는 9월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밝힘에 따른 것.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2년초. 70년대 일본의 대표적인 여자테니스 스타였던 사토 나오코(佐藤直子)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이들은 첫 대면이후 사이가 급속히 가까워져 도내 세다가야(世田谷)에 있는 사교클럽에서 수시로 만나는 것은 물론 호텔 오쿠라 안에 있는 테니스코트에서 공을 치고 받으며 `테니스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이렇듯 거의 공개적으로 교제를 계속하는 사이 자연히 외부에도 이 사실이 알려져 지난 93년 2월에는 일본테니스협회의 협회지 `JTA 뉴스'의 표지에 이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특히 다테는 코트를 떠나기 얼마전인 작년 9월부터 3백만엔(약 2천2백만원)을 호가하는 A급 다이아몬드 `피아스'를 양쪽귀에 달고 다녔는데 이것이 나카이가 준 선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결혼이 기정사실화 되기 시작했다. 세계여자테니스의 톱랭커인 다테가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전해지자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까지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해 작년말에는 이 신문과 인터뷰를 하기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다테는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아 아들은 의사를, 딸은 나와 같은 테니스선수로 기르고 싶다"며 서슴없는 답변을 해 오히려 뉴욕타임스 기자가 당황했을 정도였다. 이들의 결혼식에 소요되는 비용이 모두 1억엔(약 7억5천만원)이라니 일본국민들에게는 지난 95년 5월 스타 다카노하나(貴乃花)와 아나운서 고노 게이코(河野景子)의 `세기의 결혼식'에 이어 또한번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이들 커플의 결혼식이 끝나고 펼쳐질 피로연을 중계하기 위해 일본굴지의 TV방송사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붙어 `제2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와 TBS, 후지, 아사히, 등 5개 TV방송이 피로연 장소인 호텔 오쿠라측에 5천만엔(약 3억7천만원)의 중계료를 제시하며 중계권을 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