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석] 글쓰는 장발장
기사입력 1997년 01월 12일 15시 12분
작가로 변신한 전과 9범의 사나이가 있다. 이찬석씨（35）. 지난 95년 6월 긴 교도소 생활을 마감하고 세상밖으로 나온 이씨는 1년반 동안 포장마차로 생계를 꾸려가며 시집, 에세이집, 소설을 잇따라 펴내는 왕성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은 `아내에게 가기 위한 기도' `소년이여 청소년이여' `끈'. `아내에게…'는 옥중에 있는 동안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아 잘 키워준 아내를 위해 쓴 시를 모은 것이며, `소년이여…'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를 엮은 것. `끈'은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신질환자인 어머니를 뒤늦게 이해하고 그리워하는 심정이 절절이 배어 있는 자전적 소설로 이씨의 불우한 유년 시절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제 과거에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끊임없이 펜을 들 수 있는 근거가 된 과거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말부터 민생치안신문사 기자로 뛰고 있는 이씨는 오는 4월 마약퇴치운동기간에 맞춰 마약소설 `백색의 지도자'를 내놓기 위해 강릉의 한 민박촌에서 글쓰기 칩거에 들어갔다. "마약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숨김없이 보여줄 생각입니다. 마약에 젖어사는 사람이나 마약의 유혹속에 있는 이들에게 새삶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이씨의 새출발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과거에서 출발한다. 이웃집 양은 냄비를 훔치다가 처음 수갑을 찼던 이씨는 `장발장'을 연상시키는 첫 도적질에서 마약으로 이어지는 범죄 인생으로 10여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취직한지 보름도 채 못돼 전과범이라는 이유로 수차례나 쫓겨났고, 사업이라고 시작했다 사기 행각에 휘말리고…. 우리 사회는 전과범에게 또다른 범죄를 다시 저지르게 하기도 합니다. 제 작은 노력으로 전과범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어요." 글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만 하다는 이씨는 작은 소망 2개를 접어놓고 산다. 하나는 숯덩이가 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뒤늦게나마 묏자리를 하나 마련해드리는 것과 어머니가 운명하면서 남의 집 양자로 갔다는 배다른 동생 이상수씨（27）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씨는 글을 쓰는 틈틈이 서울보호감찰소에서 청소년 교화를 위해 뛰고 있으며, 대한민국무술지도자협회 민생치안봉사단 단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