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교수의전생이야기] 내림굿(1)

기사입력 1997년 01월 12일 15시 03분

10대 후반의 예쁘장한 한 소녀가 얼굴에 가득 수심을 안고 찾아왔다.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면담할 생각은 않고 어느 점쟁이에게 갔더니 신을 받아야 한다는데 어찌하면 좋냐고 걱정을 한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러했다. 일도 잘 안풀리고 해 심심풀이로 어느 날 어떤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그 분 얘기가 신을 받아야 하며 만일 신을 받지 않으면 엄마가 잘못 될 거라고 한다. 엄마가 업이 있어 신을 받아야 하는 데 받지 않았기 대문에 그것이 딸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소녀는 그 점쟁이가 돈도 안받으면서 강력히 주장하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그 점쟁이는 자기 돈을 들여가면서 산 기도를 보냈다나…. 그 얘기를 들으니 몇 년 전의 한 주부가 떠올랐다. 그 주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답답한 마음에 어떤 무당을 찾았는데 굿을 하면 떼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굿을 했는데 굿을 주체하는 남자들이 그 주부의 속살을 만지려고 하는 통에 혼이 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있었는데 점점 그 손길이 은밀한 곳까지 들어오길래 뿌리쳐버렸다. 그러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굿이 끝난 후 걱정이 줄어들기는 커녕,남편에 대한 죄책감만 더했다. 참다참다 못해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고백하니 남편은 너그럽게 받아주면서 우리가 서로 한번씩 잘못한 거니 서로 잊자고 한다. 그러나 자꾸 그 때의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살 맛이 안난다고 했다. 그 소녀도 그 주부와 같이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그 점쟁이가 돈도 안받고 심지어는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소녀에게 잘 해준다고 그를 신뢰하는 듯 했는데 소녀는 자기가 예쁜 처녀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보나마나 그 점쟁이는 소녀의 몸을 노리고 협박하고 잘해주는 것이리라. 예쁜 여자를 꼬이기 위해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 할 남자가 어디 있으랴? 소녀하고 면담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그저 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신을 안받으면 집안 특히 엄마에게 풍파가 미친다는 사실만 두려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역시 이럴 때는 신을 등장시키는 수 밖에 없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신에는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