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유럽행 보류, 대표팀 전념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4시 29분
`월드스타' (28．포항)는 지난 10일 축구인생의 최대 기로(岐路)에서 잠시 방황했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느냐, 자신의 오랜 꿈인 유럽무대로 진출하느냐.' 홍명보는 12일 영국 에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삼프도리아의 구단주 만토바니씨와 상견례를 갖기로 약속해 놓은 상태. 그러나 국가대표팀 차범근 감독으로 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들락날락한다면 조직력이나 팀분위기에도 좋지 않다. 이번에 합류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복귀는 앞으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갔다. 불면의 밤을 지새운 그가 방황의 끝에서 내린 결론은 합류였다. 마음같아서는 모든 것 포기하고 당장 유럽으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그 자신에게도 국가대표로서 아직 할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의 징검다리인 이번 프랑스 월드컵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함을 안다. 이번만 통과하면 한국은 세계 축구계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월드컵 4회연속 진출은 물론 2002년 자동출전까지 포함해 5회 연속진출의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는 월드컵 3회 연속 진출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당분간 외국진출은 접어두고 대표팀에서 혼신의 정열을 쏟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아시안컵 참패로 구겨질대로 구겨진 국가대표팀의 명예회복도 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합류 첫날 잠실 보조구장에서 실시한 연습에서 그는 후배들의 발이 부끄러울 정도로 누구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사실 홍명보는 이번이 외국 진출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단 포항구단측으로 부터 풀어준다는 확약을 받아 이번 기회에 유럽에 가서 선진축구도 경험하며 내친김에 지도자코스까지 밟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국내에서 최고연봉으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국가가 나를 필요로 해 부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의 오기 서린 눈엔 자못 비장함마저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