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보물1호 지키기 행복한 고민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3시 52분
'천을 가진 사람은 천가지 걱정, 만을 가진 사람은 만가지 걱정.' 바로 프로축구 천안 일화 (申台龍．26)의 `보물지키기'를 두고 하는 말인듯 하다. 은 구랍 27일 힐튼호텔에서 거행된 96디아도라 프로축구대상에서 MVP에 등극, 최고의 연말을 보냈다. 그런데 MVP 수상으로 생긴 `행복한 고민'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부상으로 받은 골든슈 때문이다. 순금 200돈쭝으로 만들어진 이 `황금축구화'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인 것으로 시가 1천7백만원(제작비 포함)에 달하는 `보물'. 고가인 탓에 보관하기가 여간 골머리 아픈 게 아니다. 경기도 수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진열장에 넣어두자니 왠지 불안하고, 금고를 따로 마련하자니 너무 거창하다. 시상식장에서 은 "아파트 문을 단단한 철문으로 바꾸겠다"고 했으나 이 또한 번거롭기 그지없는 일. 해서 일단은 서울 마포에 있는 처가(아내 차영주)에다 모셨다. 훈련이나 경기로 자주 비우는 자신의 집 보다야 훨씬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 보물은 마포에 가서도 낯을 가리는 모양이다. 여전히 보관하기가 마뜩찮은 것이다. 거실, 진열장, 안방, 침대 머리맡…. 고민끝에 결론을 내렸다. 좀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자리를 잡아주자고. 그래서 일단은 밝힐 수 없는 `비밀스런 곳'에 깊숙이 넣어뒀단다. 하기야 아내 몰래 비상금 몇푼을 숨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하물며 잘 보이면서도 손타지 않는 곳, 손상될 염려가 없는 자리를 택해 보물을 모시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보들도 도난당하고 파손되는 마당에. 어쨌든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의 `보물 제1호'가 언제쯤, 어디에다 자리를 잡게 될는 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