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 풍자 폭탄시리즈 유행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46분
"나 어제 유도탄 때문에 하루종일 숨어다녔어". "그러면 빨리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쏴야지". 전쟁터의 상황실에서나 오고갈 듯한 이런 살벌한 말들을 주고 받는 주인공들은 뜻밖에 젊은 여대생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미팅에서 최악의 상대를 일컫는 은어인 `폭탄'을 주제로 한 유머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덩달이, 거북이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유머시리즈로 각광을 받고 있는 폭탄유머는 미팅에서 만난 최악의 상대를 폭탄의 종류별로 재미있게 구분해 놓았다. 폭탄의 강도가 약한 경우에는 개인화기의 탄종류에 비교된다. 저녁시간 미팅장소에서는 상당히 예뻐 보여 단숨에 애프터를 신청했지만 낮에 다시 만났을때 완전히 속았다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유형이 바로 `야광탄'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썰렁한 얘기로 주위를 어색하게 만드는 사람은 `오발탄'으로 통하며 우락부락한 얼굴에 미팅 내내 화난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 `공포탄'은 상대방을 벌벌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보다 정도가 한단계 높을 경우에는 수류탄, 최루탄, 시한폭탄 등의 소형폭탄으로 분류된다. 그리 잘나지도 않은 얼굴에 여드름 등으로 울퉁불퉁해진 사람은 `수류탄'으로 통한다. 얼굴이 수류탄의 표면과 비슷하기 때문. 발냄새, 땀냄새, 입냄새 등 인체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최루탄'은 상대뿐만 아니라 옆의 친구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존재다. `시한폭탄'은 처음에는 잘 앉아 있다가 일정시간이 되면 갑자기 분위기를 흐려놓거나 사라져 주위를 난처하게 만든다. 좋은 뜻으로 통하는 폭탄도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상대편에 폭탄이 있으면 빠른 시간내에 데리고 나가 자폭하는 유형인데 친구들로부터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탄제거반'과는 구별된다. 이밖에도 끈질기게 쫓아와 도무지 떨어질줄 모르는 `유도탄', 미팅 시작전부터 파장분위기로 몰고가는 `원자폭탄' 등은 블랙리스트의 최상등급에 속해 무조건 피하는게 최상책이라고. 이렇듯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폭탄유머는 급기야 지난 8일 PC통신 유머란에 소개돼 이틀만에 2천5백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신세대들 사이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상태다. 정형진군（22· 3년）은 "미팅에 한번 나갔다 오면 친구들과 모여앉아 상대편을 폭탄별로 구분하느라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며 "이런 우스개 때문인지 요즘에는 미팅에서 상대가 폭탄이어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