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반란은 성욕해결의 유일한 방법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36분
`쿠데타！' 빠삐용은 쿠데타라는 말을 생각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난 봄에 실패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생의 목표였다. 아버지 킹이 왕위에서 쫓겨난 뒤 빠삐용 형제는 사파리의 변두리에서 맴돌아야만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를 본 빠삐용은 나이가 들면서 대권에 대한 야망을 키웠지만 알렉산더의 막강한 권력에 눌려 눈치만 살펴왔다. 더구나 킹이 일궈놓았던 털보파 조직이 거의 무너진 상태여서 빠삐용의 대권 도전은 힘겹기만 했다. 빠삐용은 6~7세 사자 가운데 가장 확실한 대권 후보이긴 하지만 행동대장 쌍털 말고는 확실한 조직원이 없었다. 지난번 쿠데타에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전략을 세울 참모도 없이 그저 힘만 믿고 젊은 사자 몇마리와 백골파를 습격했기 때문이었다. 사자는 호랑이와 달리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조직원의 숫자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빠삐용의 쿠데타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만용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바로 그 점이 빠삐용의 한계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실패한 원인을 분석한 빠삐용으로서는 용팔이의 제의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용팔이는 제 또래에서 힘도 가장 셀 뿐 아니라 머리도 좋아 힘을 합치면 알렉산더의 백골파에 뒤질 게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용팔이가 제시한 조건도 좋았다. 빠삐용이 먼저 왕에 오른 뒤 1~2년 뒤에 용팔이가 이어받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쿠데타에 성공한 뒤에는 털보파와 해골파의 연립정부인 만큼 용팔이 자신을 비롯한 해골파에게도 암컷에 대한 지분을 달라는 것이었다. 또 빠삐용이 왕위에서 물러난 뒤에도 암사자를 몇마리 배당해주는 등 전직 왕에 대한 예우를 확실하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사실 그때까지 빠삐용과 용팔이는 모두 숫총각이었다. 모든 암사자는 알렉산더를 비롯한 백골파 차지였고, 집권 세력이 아닌 털보파와 해골파의 젊은 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치솟는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야 했다. 쿠데타는 결국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섹스 문제에 관한 한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빠삐용과 용팔이는 손쉽게 합동 작전에 합의했다. 그 시간에도 알렉산더는 쿠데타 모의를 까마득히 모른 채 10마리의 암사자 사이를 오가며 카타르시스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하늘 아래 비밀은 없는 법. 두 마리 사자가 빠삐용과 용팔이의 극비회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데타 진압 때 입은 부상으로 섹스파티에 참가하지 못한 백골파의 지략가이자 알렉산더의 비서실장 뚝심이와 2년전 알렉산더에게 왕위를 빼앗긴 신진파 라돌의 아들 포철이었다.
